[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애플은 지난해 소비자들에게 1000달러 이상의 새로운 아이폰을 사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란 테마로 도박같은 마케팅을 펼쳐 큰 성공을 거뒀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이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저가 999달러(약 113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1149달러까지 달하는 아이폰X 매출에 힘입어 순익이 대폭 증가했다. 지난 2분기 고가의 아이폰X 덕분에 아이폰 평균 판매 가격이 724달러로 상승해 시장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을 굳이 늘리지 않고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새로운 모델만 출시해도 탄탄한 순익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에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로이터 통신과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 등 외신이 진단했다.
애플은 12일(현지시간) 신규 아이폰 공개행사에서 아이폰X에 기반한 3가지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제 아이폰8을 마지막으로 홈버튼과 스크린을 둘러싼 커다랗고 투박한 경계선이 있는 아이폰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미래 아이폰은 죄다 아이폰X와 같은 디자인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소비자들이 미래적인 디자인만 보고 고가를 지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다. CNBC는 애플이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새 아이폰의 가격을 늦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 제품에 대해 거의 매번 정확한 예측을 내놓았던 밍-치 쿼 KGI증권 애널리스트가 지난 6월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X 후속 제품의 가격은 1000달러가 아니라 800~9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X 맥스 가격은 900~1000달러,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6.1인치 아이폰9은 600~7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아이폰의 고가에 질렸던 소비자라면 혹할 수 있는 가격이다.
쿼의 예측이 맞다면, 애플은 1000달러짜리 대화면 아이폰X로 순익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저가 모델 2개로 전체 판매량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올 여름 아이폰X 수요가 예상보다 강력했던 만큼 애플이 굳이 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애플이 올해에도 애널리스트들의 비관론에 역행하며 또다시 도박에 성공할지 여부는 오는 12월 실적 보고서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애플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규 아이폰 공개행사를 개최한다.
애플의 아이폰X [사진=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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