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저축은행·여전사 '사후 점검기준' 도입
개인사업자대출 받아 부동산 샀는지 단속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당국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점검을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규제에도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꺾이지 않자, 우회통로로 지목된 개인사업자대출을 쪼이기로 한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7월 시중은행에 이어 오는 10월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에도 '대출자금 용도외유용 사후 점검기준'을 만든다. 대출한 자금을 심사과정에서 밝힌 용도에 맞게 쓰고 있는지 점검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현재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와 각각 TF를 만들어 세부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후속조치 중 하나다. 국내 부동산 가격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전 정부의 부동산 촉진 정책이 맞물려 크게 뛰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660조4000억원) 중 70.2%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규제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되는 반면, 임대사업자 등 개인사업자대출(기업대출로 분류)은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 2월부터 매월 2조원 가량 늘어, 올 6월 300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이에 금융당국은 해당 대출자금이 임대사업을 위한 주택 구입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의심하고 있다(용도 외 유용).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다주택자 30%)인 가계대출과 달리 개인사업자대출은 LTV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은 개인사업자들에 주택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최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의 안정적 증가 추세에도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한 개인사업자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증가된 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돼 주택시장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크지않은 제2금융에도 '용도외유용 사후 점검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시중은행에서 넘어오는 풍선효과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47조7333억원으로, 가계대출 증가액보다 5배 많았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가 밀어올린 수치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사후 점검기준은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은 지난 7월부터 점검대상을 건당 2억원에서 1억원 초과로 낮췄다. 이 마저도 주택을 취득과 동시에 담보로 제공하면 금액 관계없이 점검을 받아야한다. 그 동안 점검을 생략해왔던 사업장 임차수리 대출, 대환대출을 점검하고 계약서, 영수증, 통장거래내역 등 증빙자료 첨부를 의무화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많이 둔화됐지만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목적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난다는 우려가 많다"며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등 개인사업자대출 용도에 맞지 않는 사례를 막는 것에 목적이 있는 '핀셋 규제'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