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축소, 투자심리 위축
[서울=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최근 미국 달러화는 신흥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통화에 대해서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재부상 가능성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이 여의치 않자 캐나다 달러화도 힘이 빠졌다. 달러화의 독주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NAFTA 재협상의 불확실성, 이란과 터키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다른 통화자산에 하락 압박을 가하면서 달러가 상승 탄력을 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화 전문가인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는 "신흥국과 선진국 곳곳의 리스크 요인이 달러화의 안전자산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의 추가 상승은 더 이상 전망의 대상이 아니고, 약세 통화들의 특징 찾기가 오히려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자들의 대응과 무관하게 신흥국 통화들은 추가 하락할 것이고, 아르헨티나나 터키의 위기대응책도 신흥국 자산 하락의 전염을 차단하지는 못한다는 믿음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4월 중순 이후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25% 수준,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의 랜드화는 17%와 15%가량, 브라질 헤알화는 10%대, 인도 루피화와 러시아 루블화가 10%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전쟁, 터키와 이탈리아의 정국 불안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디커플링을 지속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유동성 축소를 추가 진행시키게 될 전망이 가세한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7개 대형은행의 신흥국에 대한 신용 회수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대한 회수 압력이 가장 높고 터키와 인도, 중국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유동성이 확대될 때는 유동성 함정이라는 것이 있지만 유동성이 축소될 때는 그런 것이 없어 비대칭적인 파급효과를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은 "올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사례들은 앞으로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통화 정책 변화가 지속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가 된다"고 관측했다.
이어지는 금리 인상으로 탄력을 받는 미 달러화와 유동성 축소 등으로 인한 신흥국의 불안 악순환은 브레이크가 없이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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