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자금방지 시스템 구축…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 등 준범감시시스템 미비로 홍역을 치렀던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절치부심에 나섰다. 미국 뉴욕지점뿐 아니라 모든 해외지점의 자금세탁방지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통합 시스템을 마련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오는 10월부터 해외지점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점검한다. 지점별 업무체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통합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기업은행은 뉴욕, 인도 뉴델리, 일본 도쿄, 영국 런던, 필리핀 마닐라,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호치민, 홍콩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현지 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뉴욕지점을 제외한 해외지점과 법인의 자금세탁방지업무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것.
기업은행 자금세탁방지부 관계자는 "현재도 국외점포를 관리·감독하는 내규는 갖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수준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에 맞춰 현 수준을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7월 뉴욕 금융감독청(DFS)과 뉴욕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준법감시시스템 감사를 받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확대·개편하는 한편 전산 업그레이드 등 시스템을 강화했다. 뉴욕지점에 이어 다른 해외지점도 시스템 강화에 나서는 것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금융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통제시스템이 튼튼해야 한다"며 "레그테크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글로벌 선진은행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강력한 내부통제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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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도 조만간 국내외 지점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 회계컨설팅법인인 PWC를 통해 뉴욕지점 현황을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연말 컨설팅 결과를 전 지점으로 확대하기 위해 현황 파악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준법감시부 내 자금세탁방지단을 격상시킨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신설하고 인력을 확대해왔다.
자금세탁방지센터 인력은 현재 33명으로 지난해 말 16명에서 2배 가량 늘었다. 30명 내외 인력을 확보한 주요 시중은행 수준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처럼 100여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종권 농협은행 자금세탁방지센터장은 "최근에도 변호사, 회계사 등 관련 전문가를 뽑는 등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뉴욕지점 컨설팅을 잘 진행해서 다른 은행보다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규제 수위를 높인 뉴욕지점 외에 전체 해외지점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DFS로부터 과태로 118억원을 부과받았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이 미흡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추가 검사에서 제대로 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2016년 DFS 감사에서 자금세탁방지 규정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내년에는 자금세탁방지 국제기구인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평가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움직임은 확대될 전망이다. FATF는 자금세탁 관련 국제 규범을 만들고, 각국의 이행 현황을 평가·감독하는 기관으로 내년에는 한국이 평가 대상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국제기구 평가에 대비한 교육 및 모의 평가를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별로 평가 결과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준비하고 있다"며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강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브랜드 파워를 함께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한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