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연대 책임'을 '상응하는 책임'으로 완화
관계자 '벌금 상한선 200만위안은 껌값'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국이 내년부터 시행할 전자상거래법(電子商務法)에서 플랫폼의 법적 책임이 완화되고 벌금 규정도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국 소비자협회는 알리바바 등 대기업의 요구조건만 받아들여졌다며 새로 시행될 법안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8월 31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014년부터 논의해 온 전자상거래법 심의를 통과시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법적 책임과 서비스 범위, 소비자 보호 등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해당 법안은 소비자 건강 및 안전과 관련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책임을 ‘상응하는 책임’으로 규정, 초기 논의단계에서 나온 ‘연대 책임’보다 법적 책임 수위를 크게 낮췄다.
[캡쳐=바이두] |
이에 스젠중(時建中) 정파대학교(政法大學, 정법대학교) 부교장은 “법안대로라면 앞으로 전자상거래 판매자가 안전 건강과 관련한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소비자는 플랫폼에 직접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해당 판매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젠중 부교장은 이어 “디디추싱(滴滴出行)등 차량공유 업체의 카풀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플랫폼은 상당 부분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협회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협회 관계자는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 업계 관계자들은 상무위원회의 ‘의견 청취’에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반면, 소비자협회는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응하는 책임’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호하다면서 전자상거래법이 소비자를 보호하기보다는 플랫폼의 이익을 보호하는 법안으로 변질돼 시행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최근 차량공유 카풀서비스 이용 여성이 연이어 피살되고, 성추행이 사회적 파장이 커진 상황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한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 침해 ▲안전 보장 의무 불이행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에도 플랫폼의 최대 벌금이 200만위안을 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업계는 “주요 플랫폼들이 벌어들이는 금액에 비해 200만위안의 벌금은 껌값 수준”이라며 “앞으로 핀둬둬 등 플랫폼에서 산자이(山寨, 중국산 모조품) 제품 유통이 더욱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