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체 도로 77.2%가 생활도로
불법주차 탓에 생활도로 보행권 실종
25개 자치구 생활도로 DB 구축해야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서울시가 ‘걷기 좋은 도시’를 지향한다지만 시민의 ‘걸을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걷는 도시 서울’이란 슬로건 아래, 보행권을 지킬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음에도 시민 일상이 펼쳐지는 생활도로에선 사람과 차량의 아슬아슬한 공존이 계속되고 있다.
이면도로라고도 하는 생활도로는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딱히 없는 좁은 길을 말한다. 사람이 걷는 길이자, 차선은 없지만 차량 역시 지날 수 있다. 대개 폭이 9m가량으로 협소하며 가운데 3m씩 왕복차로와 좌우 각 1.5m의 보도로 구성된다.
◆시내 도로 77.2%가 ‘불법주차 무법지대’
익숙하지 않은 용어이지만, 생활도로는 우리 주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생활 속 도로'다. 2018.8.30. [사진=김세혁 기자] |
용어가 다소 생소하지만 생활도로는 서울시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도로는 사람 몸의 혈관처럼 서울시를 연결하며 전체 도로의 77.2%(2017년 기준)나 차지한다. 수많은 차량은 물론 1000만 서울시민이 일상적으로 걷는 공간이다.
당연히 생활도로는 시민들의 ‘걸을 권리’가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서울시내 생활도로에선 24시간 불법주차가 판을 친다. 시속 30km로 제한된 차량 통행속도를 지키는 차량도 별로 없다. 양심 없는 운전자들 탓에 보도는 온데간데없다.
이렇다 보니 생활도로는 늘 보행자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린다. 불법주차 차량과 달리는 차들 사이를 사람이 겨우 걷기 때문이다. 불법 시설물이나 방치된 쓰레기도 문제다. 때문에 보행자,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교통사고 증가율이 심각한 지경이다.
도로교통공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보행사고 사상자는 2012년 1만6853명, 2013년 1만8531명, 2014년 1만9081명, 2015년 2만227명, 2016년 2만1332명으로 증가세다.
특히 인구 10만명 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4.1명(2014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3배가 넘는다. 65세 이상 노인 보행 사망자 수는 무려 14.39명(덴마크 1.36)으로 OECD 최하위다.
생활도로를 점령한 불법주차에 따른 피해는 보행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화재나 응급환자 발생 등 유사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소방차, 구급차 진입이 불법주차에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활도로 보행공간 확보, 어떻게?
보도와 차도 구분 없는 생활도로는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2018.8.30. [사진=김세혁 기자] |
서울시 생활도로 운영개선 방안을 보면, 공간계획 해법은 △1순위 보행공간 확보 △2순위 거주자 주차공간 확보 △3순위 통과차량 △4순위 외지인 주차다. 보행공간 확보를 위한 해법 1순위는 불법주정차 단속인데,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불법주차가 일상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 곳곳에 뻗어있는 생활도로를 돌며 단속할 인원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단속을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가 생활도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속반이 정확한 장소로 출동할 수 있고 합법적인 공간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제공하기 쉬워서다.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이신해 박사는 연구보고서 '서울시 생활도로 보행공간 확보 위한 자치구 역할 강화방안'에서 “그간 서울시 도로 정책은 주차 공간 등 차량 위주였다. 보행정책도 추진됐지만 지속성이 약했다”며 “자치구가 생활도로 DB를 구축하면 불법주차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생활도로 DB는 각 구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고, 생활도로 보행자 사고가 나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