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작년 LG실트론 인수 관련 공정위 현장 조사에 '곤혹'
채이배 의원 "최태원 회장, SK 주주 이익 사적 편취"
SK "국내 반도체산업 보호 위해 공개 입찰로 지분 매입"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SK그룹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SK그룹은 반도체산업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 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문제없이 진행한 사안을 두고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자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9일 SK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지난해 1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SK가 아닌 최태원 회장 개인에게 지분 인수 기회를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SK 주주들의 이익을 최 회장이 사적으로 편취한 것 아니냐는 것이 논란의 쟁점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지난해부터 이같은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반면 SK측은 "당시 국내 반도체 산업 보호를 위해 최 회장이 공개 매수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웨이퍼 제조 업체로, SK가 인수하며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등을 통해 급성장한 회사다. 지난 2016년 340억원 규모였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에만 1779억원 규모로, 10배 이상 늘었다.
SK는 지난해 1월 LG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같은 해 5월 잔여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보유한 19.6%는 (주)SK가 인수하며 70.6%의 지분을 확보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등행 등 채권단이 갖고 있던 29.4%는 최태원 회장 개인이 인수했다.
경제개혁연대와 채이배 의원 등은 최 회장이 인수한 지분 29.4%를 문제삼고 있다. 앞서 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공정위 현장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조사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으나, 1년 가까이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채 의원은 지난 17일에도 논평을 통해 "지분 매입 당시 SK는 실트론이 3~4년 내 두 배 이상 가치가 오를 것으로 판단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여지분 중 상당 부분을 직접 인수하지 않고 최태원 회장이 인수하도록 했다"며 "이와 같은 행위는 상법상 회사기회 유용에 해당될 소지가 있고, 나아가 회사에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공정거래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채 의원은 "최태원 회장이 당초 2535억원에 매입한 지분은 현재 시장에서 1조 37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만큼 SK 주주들의 이익을 사적으로 편취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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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당시 이미 지분의 2/3인 70% 이상을 확보한 상태로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SK 자금을 다른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며 "채권단에서 지분을 가져가라는 얘기도 많았고, 당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인 채권단이 주도한 공개입찰에서 꼼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 회장도 공개입찰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중국 등) 후발 업체들이 옵저버 자격으로라도 핵심 기술이나 정보가 모이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최 회장이 (이같은 우려를 감안) 국내 반도체산업 보호를 위해 당시 지분을 인수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