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각) 자신이 성직자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카를로 미라이 비가노 대주교의 폭로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교황이 자신의 사임을 요구한 비가노 대주교의 '11쪽 편지'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또 "기자들이 문건을 주의 깊게 읽고 스스로 문건의 신뢰도를 판단해야 한다"며 "문건(의 진실)은 그 자체로 드러날 것이고, 당신들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기자적 능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가톨릭 매체들에 보낸 11쪽짜리 편지에서 5년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테오도르 매캐릭 전 워싱턴DC 추기경의 성범죄 의혹에 관해 보고했으며, 바티칸이 사건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교황의 사임을 요구했다. 맥캐릭은 수년동안 미성년자 신도들에 성적 학대를 가해온 혐의로 지난달 추기경직을 박탈당했다.
아일랜드 방문 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의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 같은 발언은 교황이 아일랜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나왔다.
교황은 25일 아일랜드를 방문해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난 후 가톨릭이 운영한 보호시설 아동의 어머니들과 성직자 성폭력 피해 아동들, 그리고 신학교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수치스럽다"며 사과했다.
그는 26일 더블릭 피닉스 공원에 모인 군중 10만여명 앞에서 "피해자들이 말한 사실을 인정하며, 신의 자비 앞에서 그들에게 (성직자들의) 범죄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돌보지 않고 침묵을 지킨 일부 구성원들에게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수년간 잇단 성직자 성범죄 스캔들에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에서 가톨릭 교회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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