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판사 사찰’ 의혹의 핵심
“양승태 수사하려면 임종헌 반드시 거쳐야”
검찰, 진술 및 핵심 증거 등 추가 확보 전망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권 남용 의혹 사건인 이른 바, ‘사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소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28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임 전 차장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조치 중 하나로 박근혜 청와대에 유리하도록 한 ‘재판거래’ 및 이를 반대한 일부 판사들에 대한 뒷조사를 뜻하는 ‘판사 사찰’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수사를 위해 최근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 최 모 판사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의 지시에 따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관 모임에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 부장판사의 법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3년치 업무수첩을 확보했다. 수첩에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논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
이와 함께 최 판사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헌법재판소에 파견 근무 당시 법원 관련 사건에 대해 이뤄진 헌법재판관들의 평의 내용 등 일부 내부 정보를 대법원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판사에 의해 유출된 문건은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사건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논의 등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비공개 평의를 진행했으나, 최 판사가 탄핵 관련 논의 절차 등 기밀 내용을 대법원으로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문건 등 헌재 내부정보가 이 부장판사와 임종헌 전 차장을 거쳐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이번 의혹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되는 만큼, 검찰이 조만간 임 전 차장 소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전임 대법원장을 수사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탓에 검찰 내부적으로 피의자 진술 및 핵심 증거 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는 “임종헌 전 차장을 수사해야만 양 전 대법원장 수사가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며 “검찰이 ‘윗선’(양 전 대법원장)까지 수사에 나설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임 전 차장 수사는 반드시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 관련, 창원지법 김모 부장판사를 비롯해 울산지법 정모 판사, 창원지법 박모 부장판사 등 현직 판사를 무더기 소환 조사했다. 이들 판사는 근무 시기만 다를 뿐, 모두 법원행정처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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