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악의적 모함·인격 모독으로 보이지 않아”
“정치인 철학은 시민·언론에 의해 가장 잘 평가돼”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3일 고 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선고공판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모멸적으로 인격을 모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김 판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자신에게 검사장 승진 불이익을 줬다’는 발언에 대해 “진위 여부를 떠나서 발언 자체만으로 문 대통령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라 보기 어렵고 인사검증에 관여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해서는 “공산주의자라는 단어는 포괄적인 개념이며 오늘날 다수의 국민이 이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자유주의’ 또는 ‘공산주의’ 개념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이 제시하는 논거들의 논리적 정확성을 차지하고서라도 논평의 형식을 빌려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만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치인의 정치적 주장과 철학은 시민과 언론의 공론에 의해 가장 잘 평가받을 수 있다”며 “검사와 피고인이 제시한 한정적 증거로 판단하는 형사재판에서 정치인의 사상과 자유라는 정치철학에 대해 판단하는 건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영주 전 이사장은 지난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부림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닌 공산주의운동이라고 발언했다.
또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는 공산주의자"라며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7월 20일, 고 이사장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부림사건은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사건으로 최근 영화 ‘변호인’으로 제작돼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며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고 전 이사장은 자신을 ‘28년 검사 생활 대부분 공안 업무를 담당한 공안 전문가’라 소개하며 “당장 보복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고 이사장을 상대로 1억원 상당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지난 2016년 9월 1심은 "(고 이사장은) 명예훼손적 의견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해당 손배소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