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도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 한 것 없다" 편들기
쏟아지는 비판 불구 불법 행위 기소는 피하기 위해 안간힘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자신의 개인 변호사로 '해결사' 노릇을 해왔던 마이크 코언의 폭로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거짓말을 일삼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법을 어긴 것은 없다"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언이 트럼프와 잠자리를 가졌던 두 여성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지급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나중에 알았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코언이 두 여성에게 입막음용 금전을 지급했다는 의혹과 관련,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막음용 돈을 받았던 포르노 배우 스테퍼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나 <플레이보이> 표지모델 캐런 맥두걸과 잠자리도 같이 한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언의 폭로로 두 여성에 대한 금전 지급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자신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며 강력한 방어막을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돈들은 나의 선거 운동 캠프 자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그 돈들은 내 선거 캠프가 아니라 나에게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입막음용 금전 지급)에 대해 들었을 때 내 첫 질문은 '그 돈들이 선거캠프 자금에서 나왔느냐' 였다. 그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선거 자금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중요한 일"이라면서 "선거 관련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여성에 대한 입막음이 선거 때문에 이뤄졌고 트럼프의 지시로 공식 선거운동 자금에서 이 비용이 지급됐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선거를 겨냥한 구체적인 지시'나 '선거 자금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부인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코언의 주장은 선거 캠프의 자금 관련 법을 위반한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규모의 선거 캠프 재정 위반을 했고 그것은 쉽게 합의됐다”며 물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답변하고 있는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논리에 백악관도 적극 가담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대통령이 그렇게 해왔고, 우리가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도 안 했다"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그(트럼프 대통령)의 범법은 전혀 없다"면서 "마이클 코언이 '유죄인정 조건 감형’(guilty plea)에 합의했다고 해서 그것이 대통령이 모든 것에 대해 유죄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이와 관련한 추가 질문을 쏟아 냈지만 샌더스 대변인은 녹음기처럼 "여러 번 밝혔듯이 그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코언은 최근 자신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과 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감형을 약속받고 수사에 협조하는 '유죄인정 조건 감형’에 합의했다.
코언은 지난 21일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에 출두,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두 명의 여성에게 금전을 지급토록 지시함으로써 범죄를 저지르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장 곤혹스럽고 수치스러운 날'이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소 혹은 탄핵 압박에 시달릴 것' 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주장과 관련, 불법 선거 자금 행위에 대해 일단 무죄를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각종 거짓말과 매수, 부정행위로 공직 선거를 방해했다는 혐의가 속속 드러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탄핵 요구는 계속 거세질 전망이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