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경찰청이 운전면허증에 기재된 유효기간을 일본 덴노(天皇·일왕)의 연호가 아닌 서력으로 변경할 방침이라고 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내 외국인 면허보유자가 증가하면서 유효기간을 보다 알기 쉽게하기 위해서다. 내년 5월 덴노의 퇴위로 인한 '개원(改元·연호를 바꿈)'의 영향에 대해선 경찰청 측은 "직접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일본 운전면허증 견본. 푸른색 배경에 써있는 글쓰가 유효기간을 뜻한다. [사진=일본 운전면허상담소] |
일본 경찰은 면허증 유효기한을 적어두는 란에 현재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를 기재하지 않기로 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6일부터 의견공모절차를 진행한다.
절차를 거친 뒤엔 내년 3월 경에 발행되는 면허증부터 서력표기를 시작한다. 생년월일이나 교부일, 면허종별 취득일은 현행대로 연호로 표기한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외국인 운전면허보유자는 매년 증가추세로 지난해 말 기준 86만8000명에 달한다. 보유자의 1%를 넘는 수치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내년 5월로 예정된 개원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경찰청 측은 "어디까지 예외적인 변경"이라며 "유효기한을 서력으로 표기하는 마이넘버카드를 참고했다"고 했다. 마이넘버카드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유사한 개인식별번호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하는 일본에서 연호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덴노의 큰손녀인 마코(眞子)공주의 약혼발표 당시 공주가 첫만남 시기를 묻는 질문에 "처음 이야기를 나눴던 건 2012년"이라고 대답해 보수층 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가지 노부유키(加地伸行)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는 당시 "서력에 맞춰서 답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우리들은 살아가는 시간 동안 연호를 통해 덴노의 존재와 연동하면서 생각해왔고, 그것(연호)을 잃는다면 일본인의 존재 그 자체가 변질된다"라는 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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