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진에어에 '비공개' 청문회 통보...공개 요청 '거절'
진에어 직원들 "국토부, 책임 회피 위해 수천 직원 생계 흔들어"
"진에어 "객관적, 공정적 청문회 바라...성실히 임할 것"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국토교통부가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청문회를 공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국토부가 '깜깜이 청문회'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 요청을 거절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진에어에 대한 최종 처분과 사실상 무관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국토부가 '겉으로는' 원칙을 앞세웠지만, 자신의 부실 관리‧감독 논란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속사정'도 반영했을 거란 추측도 있다.
지난 2012년 직접 객실승무원으로 현장근무를 했던 조현민 전 부사장. [사진=진에어] |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날 진에어에 공문을 보내 오는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면허 취소 관련 청문회를 비공개 상태에서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진에어가 "면허 취소는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소액주주, 외국인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공개 청문회를 요청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국토부가 비공개를 고수한 표면적인 이유는 '원칙'이다. 현행법상 청문은 비공개가 원칙이고, 당사자가 원하거나 청문 주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공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진에어의 요청을 거절하면서까지 비공개를 고집했다. 이는 외부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소명을 듣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청문 과정을 공개할 경우 사실상 언론이나 이해관계자 등의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선 국토부가 이미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하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비공개 청문회를 강행하는 거란 해석이 더 우세하다. 이미 결론을 지어놓은 상태에서 절차상 소명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겠다고 하는 건 내부적으로 이미 결론을 지어놓고 형식적으로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면서 "이번 청문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주진 않을 걸로 본다. 사실상 깜깜이 청문회"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토부가 청문회 과정에서 부실 관리‧감독 논란 등 자신의 허물이 도마에 오를 것을 우려, 외부 노출을 원천봉쇄한 것 아니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미국 국적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당시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제재를 가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진에어 직원들은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여 "국토부가 담당 공무원의 책임 회피와 장관의 자리보전을 위해 애꿎은 직원 수천 명의 생계를 뒤흔들고 있다"며 '국토부 갑질'을 규탄하기도 했다.
국토부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일단 이번엔 진에어와 비공개 청문회를 열고 다음달 초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절차법 제22조에 따르면, 행정청은 처분의 영향이 광범위해 널리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청회를 개최할 수 있다.
진에어 측은 "국토부의 청문회 비공개 결정은 아쉽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해 주길 바란다"며 "고객 및 주주, 여행사, 기타 협력사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실히 청문회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