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움찔하면 정책도 바뀌어…이미 시장불안 신호 감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판을 점차 키우고 있지만, 결국에는 금융시장 반응 때문에 전면전을 접게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로저 알트만 전 재무차관은 25일(현지시각)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우려스럽지만, 다행히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료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 전쟁이 경제 성장을 압박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이때 인내심이 부족한 트럼프는 승리를 선언하고 무역 전쟁을 중단해 피해 확산을 막으려 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트럼프 해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조치와 함께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도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에 상대국들도 보복 관세로 대응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새로 부과했다. 중국이 전면 보복을 예고하자, 트럼프는 자동차 부문으로까지 관세 위협을 확대하고 중국에 5000억달러 규모 추가 관세를 들먹이며 판을 키우고 있다.
알트만은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 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그로 인한 타격 규모는 전문가마다 추산이 다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타격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결국에는 무역전쟁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금융 시장이야말로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 시장이 움찔하면 각국 정부가 하룻밤 사이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70년대 말 시장이 달러를 압박했을 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즉각 더 보수적인 예산 정책으로 돌아섰고, 1990년대 말 시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을 압박해 러시아 구제금융을 가능케 한 바 있다. 트럼프 역시 자신의 정책 기조와 증시 상승의 연결 고리를 강조해 온 만큼, 시장이 흔들리면 그의 무역 정책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금융 시장은 무역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다. 중국 증시와 위안화 약세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알트만은 무역 전쟁이 미치는 경제적 타격 정도에 따라 시장이 알맞게 반응하는데, 무역 전쟁 여파가 적은 것으로 판명될 경우 시장은 이를 침착하게 받아들이겠지만 경제 성장세에 타격이 있을 경우에는 아마도 대대적인 증시 매도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앞으로 3~4주 정도 꾸준한 하락세를 이어가면 분명 트럼프 전략에 변화가 올 것이며, 중국 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관세 조치 대부분을 보류해 무역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