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악순환 고리, 가계부채 또 다른 뇌관
[편집자주] 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서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까지 걸고 고용 창출을 외치지만 고용지표는 악화일로다. 미국발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경제 버팀목인 수출도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그러나 정부는 일자리 생산주체인 기업에 활력을 주는 정책은 외면한 채 ‘소득주도성장’만 고집하고 있다.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정책을 펴야 문재인 정부가 힘을 받고, 한국경제도 살아난다. 이에 뉴스핌은 현장 르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경제 회생의 길을 찾는 [이제는 경제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 40세 직장인 K씨는 지난해 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30평대 아파트에 투자했다. 당시 이 아파트 시세는 5억원대. 학교가 인근에 있어 전세값이 매매가의 80%인 4억원 정도에 형성돼 있었다. 전세를 끼고 1억원 정도(취등록세 등 포함하면 1억2000만원)만 있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K씨는 신용대출로 이 금액을 충당했다. 이른바 갭투자(은행대출과 전세 끼고 아파트 구입)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K씨처럼 갭투자에 나섰던 이들이 최근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정체되고, 전셋값이 떨어졌기 때문. 금리 상승과 역 전세난 속에 수도권 외곽에서부터 경매에 넘겨지는 아파트가 증가 추세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갭투자' 휴유증이 가시화되면서,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다주택 갭투자자의 상환 능력이 날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K씨만 해도 기존 주택에 2억원의 대출금이 있다.
갭투자가 성공하기 위해선 집값이 꾸준히 올라야 한다. 만약 집값이 하락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칭 '깡통전세'가 된다.
집값 하락과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아파트 경매 처분→세입자 보증금 미지급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수년 동안 갭투자가 성행했던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는 경제다 시리즈]
17) '갭투자' 후유증 우려...DSR 관리 시급
18) 환율 1130원 위협, 자본유출·인플레 도화선
갭투자자들이 내놓는 물량이 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5.4%로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갭투자' 후유증으로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주택대출 한도를 현재보다 줄이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이보다 더 강력한 대출 규제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했다. 다주택자가 '빚내서 집 사는' 것을 사실상 원천 차단했다. 이에 시장에선 '갭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의 '전세보증금제도'하에선 유명무실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전세보증금제도에 손을 댈 경우 부동산경기가 위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제도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집값이 꿈틀꿈틀하고 다주택자가 늘어난다면 그 이면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른바 갭투자를 하는 대부분은 다주택자"라면서 "대출규제 뿐 아니라 등록의무화까지 강하게 가져갈 경우 다른 측면에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