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계 임상시장 규모 커지면서 점유율 높여 나가야"
전문가 "안전장치 미흡한 상태에서 사회적 후유증 우려"
[편집자주] 지난해 서울의 임상시험 도시 점유율은 세계 1위, 국내 전체로 따졌을 때 한국은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2년까지 임상시험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며 관련 규제는 완화하고 지원은 늘려 왔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 놀이터가 됐다. 임상시험의 위험성, 그리고 임상시험 산업 육성이라는 포장지에 감춰진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의 실태를 추적한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 기준 세계 임상시장 규모가 73조 원이며,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2.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최근에는 중국과 브라질이 저렴한 비용과 인구를 무기로 세계 임상경쟁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임상시험 공화국’ 자처하는 한국
임상경쟁 후발주자로 뛰어든 한국은 지난해 서울의 임상시험 건수 세계 1위, 국내 전체는 세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성과를 두고 “한국 임상시험 시장은 정부 주도의 지원 정책과 민간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차세대 선두주자라는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국은)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발표한 '임상시험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 자료 [사진=보건복지부] |
한국임상시험본부는 지난달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 상반기 세계 의약품 임상시험 신규 등록 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7019건에서 5536건으로 감소하고 이 중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신규 등록 수도 4년 연속 감소세”라며 “반면 한국이 참여하는 전체 의약품 임상시험,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신규 등록 수는 글로벌 대비 낮은 감소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프로토콜 점유율에서 한국은 지난 2017년 3.10%에서 올해 3.28%로 오히려 0.18%P 상승하면서 아시아 국가 중에는 유일하게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건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임상시험 정책, 방향성부터 재정립 해야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에 전문가들은 국내 임상시험을 최소한만 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촘촘한 안전망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임상시험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시행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피해자 보상과 구제 방안도 현행보다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수립해야만 임상시험 공화국이 아닌 임상시험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제작한 해외용 임상시험 홍보영상 [캡처=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홈페이지] |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무총장은 “한국은 임상산업 육성에만 혈안이 돼 있다 보니 선진국의 산업 육성 정책만 받아들이고 안전 정책과 관련해서는 많이 도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임상시험 안전과 관련한 국제인증들을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그런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제대로 관리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망 구축을 위한 첫 단추로 IRB 제도 전반을 손질해 피해 구제에 앞서 예방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소속 병원의 임상시험 부작용을 폭로했던 김재현 민주노총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분회장은 “IRB라는 제도 자체는 합리적이고 예상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지만 국내 상황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상시험 수행기관에서 소속 직원들로 IRB를 꾸릴 것이 아니라 지자체, 또는 중앙차원에서 꾸려 임상시험 계획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