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취항 10주년..."별다른 행사 없어"
새 유니폼은 승무원 의견 수렴 중...면허취소 여부 '불안'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저비용항공사 진에어(LCC)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열 번째 생일을 맞는다. 지난 2008년 1월 설립돼 같은 해 7월17일 첫 비행기를 띄운 진에어는 오는 17일이 취항 10주년이다.
당초 진에어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데 이어 올해 취항 10주년을 맞아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 부사장의 '물컵 투척' 등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만나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012년 직접 객실승무원으로 현장근무를 했던 조현민 전 부사장. [사진=진에어] |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오는 17일 취항 10주년 기념행사를 별다른 이벤트 없이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당초 1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조 전 부사장의 '물컵 투척' 이래 회사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행사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당초 진에어는 새로운 유니폼을 10주년 행사에서 공개를 목표로 준비해왔다. 앞서 지난 2013년에도 취항 5주년을 기념해 객실승무원 등 4개 부문의 유니폼을 교체한 바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물컵 투척'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유니폼 디자인 등을 총괄하며 살뜰히 챙겨온 조 전 부사장의 부재로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처음 마케팅본부장을 맡은 이후 각별한 애정으로 진에어를 이끌어왔다. 각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간판'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물론, 경쟁사와 차별화된 진에어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대형항공사들의 LCC 성공‧실패 사례를 지켜보며 진에어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 유니폼에 대해선 트레이드마크인 '청바지' 형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꾸준히 내비쳐왔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부재에 '청바지' 유니폼이 불편하다는 객실승무원들의 불만이 더해지며 교체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승무원들은 타이트한 스키니진이 근무시간 내내 착용해야 하는 유니폼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승무원은 "스키니는 승객들도 비행기 탈 때 피하는 옷차림"이라며 "그런 옷을 매일 입어야 하는 승무원들은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이에 진에어는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사이즈 측정을 중단하고 다시 한 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실제로 유니폼을 착용할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진에어 관계자는 "이전에도 승무원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좀 더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자원을 받아 그룹을 만들었다"며 "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교류하면서 유니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진에어는 현재 항공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어 취항 10주년을 즐길 여유가 없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조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으로 촉발된 면허취소 결정을 한차례 연기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국토부는 지난달 29일 미국 국적인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에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것과 관련, 청문과정과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면허 자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며 사실상 최종 결정을 미뤘다. 이에 직원들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날 발표 이후 진에어 면허취소와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진행 상황은 없다. 진에어는 국토부로부터 청문회 일정이나 절차 등이 통보되길 기다리며 일단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