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채팅방에서 억울함 토로..."우리만 마음 고생"
국토부 "아시아나 면허취소 어려워...에어인천은 청문 절차"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국토부를 뒤집어엎어야 해요." "진에어만 마음 고생한 거 아닌가요?" "국토부가 마치 아시아나 대변인처럼 행동하네요."
지난 9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 직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이같은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아시아나항공에 외국 국적의 등기임원이 재직했던 사실을 확인하고도, 면허취소 등 행정 절차를 밟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부터다.
이에 면허취소 위기에 놓인 진에어 직원들은 국토부가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청문절차 등을 거쳐 진에어에 대한 행정처분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채팅방이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한 직원은 "국토부의 결정이 편파적이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설명도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각 사] |
11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모든 국적항공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등기임원 문제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존 진에어 외에 아시아나항공과 화물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에도 외국인 등기임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시아나의 경우 미국 국적인 브래드 병식 박이 지난 2004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6년간 등기임원으로 재직했고, 에어인천에는 2012년 면허 발급 당시부터 러시아 국적의 등기임원이 있었던 것. 외국인 등기임원은 현행 항공법상 면허취소가 가능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양사에 대한 국토부의 처분 계획은 달랐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등을 거친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현 시점에서 면허취소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에어인천에 대해서는 진에어와 동일한 절차로 청문·자문회의를 거쳐 처리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2012년 7월 항공법이 개정됐다는 점을 들어, 법 개정전에 외국인 등기임원이 사임한 아시아나항공에는 면허취소를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진 외국인 임원 재직 관련 제재가 강제가 아닌 재량행위였고, 아시아나가 2014년 결격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변경면허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면허취소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에어인천은 2012년 항공법 개정 이후 러시아 국적의 등기임원이 재직했고, 2014년 해당 임원의 해임 이후에도 변경면허 발급 등 새로운 행정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진에어와 같은 경우라고 판단했다. 진에어 역시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재직하다가 사임한 후부터 현재까지 변경면허 등 별도의 행정행위가 없었다며 아시아나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항공법을 살펴보면, 국토부가 밝힌 2012년 7월 외에 2008년에도 항공법이 한차례 개정됐다.
당초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은 1999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면허취소를 강행해야 하는 사안이었으나, 법이 개정되며 2008년 6월부터 2012년 7월까지는 재량에 따라 제재를 할 수 있는 임의취소사안이 됐다. 이후 2012년에 다시 한번 바뀌며 면허취소 강행 사안으로 바뀌었다.
즉, 2008년 6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약 4년을 제외하고는 항공면허를 취소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따라서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모두 반드시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이 적용되던 시기에 외국인 등기임원이 있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의 면허취소를 검토하게 될 경우 발생할 후폭풍을 우려해 이러한 판단을 내린 거란 얘기까지 나왔다. 진에어 관계자는 "왜 국토부가 2008년 법 개정 이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