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도자기 포함 국내 미발표작 및 신규 프로젝트 공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비누로 조각하는 신미경 작가는 비누에 과거와 현재를 모두 녹였다. 그는 '시간성의 가시화'에 대한 고민을 담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전을 5일부터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펼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18년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로 조각가 신미경을 초청해 국내 공공미술관 첫 개인전 '사라지고도 존재하는'을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미경 작가는 주로 국내 미발표작을 선보이고 신규 프로젝트를 새롭게 소개한다. 그가 비누 위에 그린 회화도 볼 수 있다.
비누로 만든 도자기 중에서 토기 형태의 도자기 및 부식된 도자리를 비롯해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 대한 탐색을 비누 벽도로 구축한 건축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전시 개막날 취재진과 마주한 신미경 작가는 건축프로젝트 '폐허풍경' 앞에서 '시간성의 가시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미경은 "이 작업은 유물로 된 폐허다. 어떤 건축물을 보고 재현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가 관심 있는 것은 남아있는 것과 사라진 것의 경계다.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사라진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낯선 표현일 수 있느다 시간이 고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누로 만든 '화석화된 시간: 브론즈'는 올해 발표한 신작이다. 금속 유물이 세월이 흐르면서 찌그러지고 부식된 현상을 비누로 표현했다. 끓는 비누를 도자기 모듈(실리콘과 나무틀로 만든 모듈 사용)형에 부어 도자기형태로 만들고, 동으로 '박(箔)'칠을 하는 거다.

'번역시리즈' 작품은 중국풍 도자기 같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작업한 결과물이다. 실제 도자기를 보듯 바니시 작업을 마쳐 윤기가 흐른다. 그리고 직접 동양화 물감으로 패턴을 그려 더욱 중국·한국의 도자기 풍을 담아냈다.
신미경 작가는 도자기 작업을 한 이유에 대해 "과거 실크로드에서 도자기로 문화 교류를 했다. 그 점을 기반으로 상상해 촉발된 작업"이라며 "'번역'을 한다고 했을 때, 이 문화에서 또다른 문화로 설명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이해의 간극이 필요하다. 이를 도자기에 재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관객 참여 작업인 화장실프로젝트는 전시장 내 화장실과 야외 설치로 선보인다. 야외 설치물은 비가 오면 오는대로 작품을 비에 맞힌다.
화장실프로젝트는 화장실에 비누 조각상을 설치해 관객들이 비누대용으로 사용하는 거다. 과거 대만 트리엔날레에서는 전시장 내 화장실 선반에 50개 화장실프로젝트를 올려놓고 쓰고 싶은 만큼 쓰다가 돌려받고 이 결과물을 선반에 얹어 전시했다. 신미경은 "돌려받아 보면 다 다른 모습이다. 사라지고도 존재한다는 것, 그 경계와 접점을 볼 수 있다는 게 이런 의미"라고 다시 한번 전시 주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시는 9월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의 연계행사로 총 3회의 강연시리즈와 2회의 토크, 2회 워크숍을 마련했다. 주요 키워드인 '번역' '시간성'을 주제로 한 강연 '동시대 예술의 실천,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 '조형예술과 시간성'과 동시대 조각의 경향을 살펴보는 '관계하는 것들:동시대 조각의 흐름'이 전시 기간 중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비롯해 '나만의 비누 만들기'를 주제로 일반 관객 대상 비누캐스팅 워크숍이 서울(8월15일)과 나주(8월17일)에서 한 차례씩 진행된다. 정확한 일정은 추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SNS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89hk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