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정권은 의회에, 연이은 트럼프 불만에 외신들 '긴장'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구촌의 관세 전면전에 불을 당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원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달아올랐다.
실제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전세계 수 조 달러 규모의 무역시장이 통째로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다.
드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소식통을 인용, WTO 탈퇴를 원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데 대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과장된 것이라고 밝혔다.
WTO의 시스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탈퇴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파리기후협정과 이란 핵협정 탈퇴를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이 WTO에 대해서도 흡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한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날 폭스뉴스의 또 다른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회원 가입 여부를 재검토해야 하는 국제 기구 가운데 하나로 WTO를 지목했다”고 밝히면서 각국 언론의 조명을 집중시켰다.
미국은 지난 1995년 WTO의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끊이지 않은 국가간 무역 분쟁을 해소하는 한편 신흥국의 경제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이 당초 목표였다.
현재 WTO의 회원국은 164개 국가에 달하고, 전세계 GDP와 무역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8%와 95%에 이른다.
워싱턴 정책자들은 WTO 탈퇴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WTO 역시 어떤 회원국도 탈퇴 의사를 통보하지 않았으며 추측에 근거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견이 전해진 것조차 전세계를 긴장시킬 만한 일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지적이다.
또 악시오스의 보도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WTO에 대한 불만을 쏟아낸 바 있다. 그는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철강과 알루미늄 업계 경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WTO는 미국에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국 투자 매체 포춘은 실제로 미국이 WTO에서 발을 뺄 경우 수 조 달러의 국제 무역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괴적인 결과가 불 보듯 뻔하고, 이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정책자라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쟁점이라는 얘기다.
이날 영국 인디펜던트도 전문가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WTO 탈퇴를 결정할 경우 전세계 무역시장이 초토화될 깃이라고 강조했다.
WTO의 탈퇴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의회가 쥐고 있다. 동맹국에 대한 관세 시행을 놓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뜨거운 만큼 의회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WTO의 불공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경우 언젠가 그가 원하는 대로 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