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드커브 2007년 이후 가장 평탄화
신흥국 자금 썰물 VS 미 국채 ETF로 뭉칫돈..월가 공격 대응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관세 전면전에 경계감을 보이던 금융시장이 침체 공포에 휩싸였다.
국제 기구와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침체 경고가 꼬리를 무는 한편 트레이더들은 경기 하강 기류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본격 나섰다.
아울러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 월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른바 일드커브는 여전히 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 꼬리 무는 침체 경고 = 투자자들 사이에 수년간 잊혀졌던 ‘R(Recession, 침체)’ 공포가 되살아났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에서 촉발된 관세 전면전이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에서 유럽과 캐나다, 아시아 주요국까지 확산되자 실물경기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게 고조됐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 BBVA의 모델은 앞으로 12개월 사이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12%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불과 5.2%에서 두 배 이상 뛴 수치다. 또 2016년 초 금융시장 급락을 제외하면 이번 수치는 10년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역시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전세계 경제의 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한편 공급망 교란과 기업 및 투자자 신뢰 저하가 맞물릴 경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과 EU가 한 목소리로 무역 마찰과 보호주의 정책에 따른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류 허 중국 국무원 경제 담당 부총리는 공식 성명을 내고 중국과 유럽이 글로벌 다자간 교역 시스템을 방어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침체 경고는 금융시장 지표에서도 켜졌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034%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2007년 미국 경제가 약 80년래 최대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11년 전 이후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된 데 따른 일드커브의 평탄화는 경기 침체 리스크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되다.
◆ 투자자들 ‘패닉’ 위험자산 자금 썰물 = 급랭한 투자 심리는 신흥국을 필두로 금융시장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아이셰어 MSCI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22일 기준 한 주 사이 3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 사상 최대 ‘팔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증시가 패닉을 연출한 가운데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가뿐 아니라 해당국 통화 역시 공격적인 매도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사정은 월가도 마찬가지다. 피델리티를 포함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위험자산에 해당하는 주식 비중 축소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글로벌 전반에 대한 주식 비중을 ‘중립’으로 떨어뜨리고 현금과 채권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토마스 밀러 인베스트먼트 역시 주요국들의 무역 마찰이 심화된 데 따라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낮은 채권시장은 자금이 밀물을 이루고 있다. 아이셰어 미국 국채 ETF가 지난 22일에만 거래량 2400만주, 5억9600만달러를 기록해 역사적 평균치의 10배에 달하는 손바뀜을 기록했다. 이날 자금 유입 규모는 2억7500만달러로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신흥국 채권은 매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총 4조8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펀드 자산 가운데 신흥국 비중이 11%에 달해 상당 규모의 매물이 추가로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토마스 밀러의 아비 올라디메지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전면적인 무역 마찰이 실물경기에 흠집을 내지 않을 수 없다”며 “더 이상 안주하고 있다가는 투자자들이 낭패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2% 내외로 하락한 가운데 뉴욕증시의 블루칩과 대형주가 장중 1.5% 가량 밀렸고, IT 섹터가 2% 이상 급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