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IB들, 인플레 상승과 수출 충격으로 위기 경고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경제가 관세 전면전으로 인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멕시코와 중국, EU, 인도, 터키 등 주요국들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일제히 보복 관세를 시행하고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됐다.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입 관세 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과 기업들의 비용 상승, 여기에 해외 교역국의 보복 관세에 따른 수출 둔화가 맞물리면서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흠집을 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까지 고용과 소비자 지출 등 굵직한 매크로 경제 지표가 호조를 이루고 있고, 이에 따라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무역 마찰로 인해 경기 사이클이 급격하게 하강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22일(현지시각) 투자 보고서를 내고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성장률을 대폭 끌어내릴 것”이라며 “공급망의 교란과 기업 및 소비자 신뢰 저하, 국제 교역의 충격이 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BofA는 최악의 무역전쟁 시나리오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주요국들과 관세 전면전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날로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무역 마찰이 훨씬 빠르고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박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 한편 경제 성장을 크게 둔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켓워치도 무역 마찰이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한편 극심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캐나다 스코샤뱅크도 미국과 주요국 사이에 관세 전면전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벼랑 끝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EU는 청바지와 위스키, 오토바이 등 34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본격 시행했다.
앞서 멕시코가 미국산 돈육과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캐나다와 터키, 인도 등 주요국이 일제히 맞대응에 나섰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와 무역 장벽을 폐지하지 않으면 EU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유럽과 무역 마찰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밝힌 총 4500억달러에 상응하는 보복 관세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다른 경로를 통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거나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등 미국에 앙갚음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