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우발상황 가정, 컴퓨터 시뮬레이션 통한 군사지휘소 연습
UFG 중단, 역대 3번째이자 26년 만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한미 군 당국이 북한 비핵화 분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유예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의 프리덤가디언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약 일주일 만의 조치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이어질 북한 비핵화 협상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로 취소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대표적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의 하나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연례적·방어적 성격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
작년 9월23일 괌 앤더슨 기지에 대기 중인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같은 해 12월 6일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에 B-1B 랜서가 투입됐다.[사진=미 태평양사령부] |
◆ UFG 시초는 1954년 포커스렌즈 훈련, 2008년부터 현재 명칭
UFG 연습은 한미 양국이 실제 병력과 전투 장비 투입을 최소화하고 컴퓨터 시물레이션을 통한 전쟁연습 형식으로 진행되는 군사지휘소연습 성격이 강하다. 한반도에서 우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미 연합군의 협조 절차 등을 숙지하는 것이다.
매년 8월 말 실제 병력과 전투 장비의 투입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전장 상황을 가정해 실시한다.
UFG 연습의 시초는 1954년 시작된 유엔군사령부 주관 훈련인 ‘포커스렌즈’다. 이후 1968년 ‘김신조 사건'(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공격)이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만들어진 '태극연습'(1969년 을지연습으로 이름 변경)이 1976년 포커스렌즈와 합해지면서 '을지포커스렌지' 연습이 됐다.
한미는 이 명칭을 2008년 을지프리덤가디언으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U’는 ‘을지’라는 명칭의 약자이며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에서 몰살시킨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에서 따온 것이다. ‘F’와 ‘G’는 각각 ‘Freedom’과 ‘Guardian’의 약자이며 ‘자유를 수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소속 케빈 중사, 머레이 준위, 김주성 소령, 김강연 대위(왼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사진=함동참모본부> |
◆ UFG 중단, 1992년 팀스피리트 중단 후 26년 만
한미훈련중단 장기화 가능, 트럼프 "선의로 협상 진행하는 한 중단"
UGF 훈련의 중단은 지난 1992년 한미연합훈련 '팀 스피리트'의 중단 이후 26년 만의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는 1990년에는 미군의 걸프전 참전 때문에 UFG의 전신인 을지포커스렌즈(UFL)을 중단했다. 지난 1992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과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조건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을 조건으로 당시 연합훈련인 ‘팀 스피리트’를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도발적'이고 '비싸다'라면서 향후 주한미군의 철수를 선호하는 발언도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6개월 내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를 한다면 내년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도 중단될 수 있다.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이 모두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국방부는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