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청와대 비서실 및 내각에 "정말 유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 논란을 의식한 발언은 아닌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에 근무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이 유능함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압승한 것을 거론하면서 "기뻐하는 건 오늘까지"라며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다. 그 지지에 대해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두려운 마음에서 3가지 자세를 주문하고 싶다"며 그 첫째로 '유능함'을 꼽은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최근 장 실장 사퇴 여부를 둘러싼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닌지 관심을 모은다.
앞서 장 실장은 지난 16일 "정의로운 경제를 이뤄낼 때까지 대통령과 함께 할 것"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장 실장은 이날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근거 없는 오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실장은 이어 "많은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흔들림없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성과를 반드시 이뤄내 국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 언론 매체가 여권 관계자를 인용, 장 실장이 최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반응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사실 장 실장이 본업인 교수 정년이 6개월 가량 남은 시점에서 이제 그만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말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본업 복귀라는 개인적인 희망 외에 장 실장은 그간 청년실업률 고공행진과 소득 양극화 심화로 인해 꾸준히 사퇴 압력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론이 일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장 실장을 향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패싱(Passing, 무시) 논란을 불러올 정도로 경제정책에 있어 장 실장의 위상이 컸던 탓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장 실장 사퇴설을 부인함과 동시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장 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기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인사 관련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일단 청와대가 장 실장을 감싸는 모양새를 취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에서 정말 유능해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다들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며 "그만큼 경험이 중요한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제는 모두 다 1년의 경험을 가졌기에 더 이상 처음이라 서툴 수 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정말 유능한 모습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년실업률 최고점을 찍고 있고, 양극화는 심해지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받게 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은 위기를 겪고, 금리 올라가고, 외국자본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 실장과 김 부총리 중 누군한테 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 실장이 김 부총리 만큼의 현실감각이 있느냐는 부분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장 실장이 실무경험이 없는데, 그게 제일 큰 문제"라며 "방향성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잡은 방향성이 현실에 맞는지 체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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