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모든 것을 바꿔라" '신경영 선언'후 세계 1위 도약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 " - 1993년 6월 프랑크푸르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 中
이건희 삼성회장은 25년전인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글로벌 경영환경에 위기를 느끼고 '신경영'을 선언했다. 디자인부터 상품기획, 생산기술, 제품출시 등 사업전반의 체질개선을 품은 신경영 철학은 오늘날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1993년 D램으로부터 시작해 2002년 낸드플래시, 2005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2006년 TV, 2012년 냉장고, 2011년 스마트폰까지 세계 1위의 업적을 달성했다. IT 전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리더로 굳건히 자리매김한다.
1993년 매출 41조3646억원, 세전이익 5939억원에 불과했던 실적도 2017년 매출 239조5754억원, 세전이익 56조1960억원을 기록하는 등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 회장의 신경영 철학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양 위주 경영을 철저하게 지양하고, 질 위주의 경영방침을 전면에 내세워 '삼성=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대표적인 예가 '라인스톱 제도'다.
라인스톱제도는 생산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할 경우 즉시 해당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한 다음 공장을 재가동해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전자제품의 경우 1993년 불량률이 전년도에 비해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기록을 세웠다.
이 회장이 강조한 품질 최우선 방침은 오늘날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근간으로도 평가받는다.
유명한 일화로 1995년 1월 핸드폰의 제품 불량률이 11.8%까지 올라가자 곧바로 150억원 어치의 제품을 모두 수거해 불량제품을 전량 폐기 처분한 '불량 무선전화기 화형식'이 있다.
삼성을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육성한 이 회장은 현장의 변화와 함께 조직 내부의 질적인 변화를 위한 인재양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가점주의 인사고과, 관계사 전 교환근무제 도입 등의 인사개혁을 단행했다. 학력제한 철폐 등 기회균등 인사, 능력주의 인사, 가능성을 열어주는 인사 등 인사제도를 개혁했다.
이 회장의 이러한 인재상은 2000년대에 들어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당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개발해 성공을 거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다.
갤럭시 시리즈는 오늘날 전 세계 시장에서 4억대 이상의 판매량을 올리며, 삼성의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공헌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