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약속 받기 전까지 전용기서 내리지 말라"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미국 행정부의 역사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한 전문가가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뉴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양보를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이란 핵협정과 이전 행정부가 저지른 대북 정책 실수보다 훨씬 나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북한 정권과의 사업에 있어 우호적인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같은 국가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났으니 우리 역시 북한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북한과의 협력에서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진이 트위터에 돌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가 수개월간 구축해왔던 최대 압박 캠페인은 두 번 죽는 꼴이 된다고 비유했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대북 강경 노선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이나 회담에 앞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을 북한 측에 공동 코뮈니케나 성명을 통해 보여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러한 약속에서 비핵화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며 이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기술적인 사안이므로 카메라 조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는 반드시 비핵화하겠다는 북측의 선언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같은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사진을 찍기 전에 회담 장 밖으로 나오거나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아예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지아스 국장은 최소 지난 1일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회담 개최와 북미 관계 개선 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고수했지만 최근 들어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뒤 "더 이상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등 거의 '비둘기적(온건한)'인 태도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으로 돌아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 내부에서 핵무기 포기와 관련해 강경파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몇몇 북한 군 수뇌부가 갑자기 교체됐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 전체와 군 세력도 거래에 동의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이 물꼬를 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카시아스 국장은 전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의도가 그렇지 않은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태도 변화가 북한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해줬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쉽게 얻는 일보다 옳은 일을 행하면 역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우호적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칼럼을 마무리 지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