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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시론]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에 정치적 판단 안된다

기사입력 : 2018년05월31일 08:20

최종수정 : 2018년05월31일 10:44

"맘에 안들면 고발, 국정감사 하겠다"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1일 주식시장 개장전 1조1204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을 지키라는 정부의 압박 탓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문제를 다룰 31일 오후 감리위원회 정례회의 결과가 한층 더 중요해 졌다. 다음달 7일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겠지만, 회계 부정 판단에 대한 감리위 의견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31일 회의 결과가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볼수 있다.

처음부터 관계사로 처리했으면 문제가 없었다

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은 적자회사가 하루 아침에 대규모 흑자로 전환됨으로써 시작됐다.

삼바는 지난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 순이익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삼바가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관계사로의 전환이 적정한 지, 에피스의 공정가치 산정이 제대로 됐는 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에피스는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회사로, 삼바의 에피스 지분은 91.2%다. 합작사 설립 당시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 50% -1주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이 계약에 포함됐고 이 권리의 행사 여부가 논쟁거리다.

삼바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판단해 관계사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감원은 2차 감리위에서 2015년 말 당시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를 거부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젠은 지난 18일 콜옵션 행사의사를 밝혔다.

‘왜 하필 그 때 관계사로 전환했느냐’는 점도 논란이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2018년 6월까지다. 반면 삼바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적용한 시점은 2015년이다. 콜옵션 행사 이전에 선반영한 게 옳으냐의 판단 문제다.

회계 업계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계약은 설립시부터 6년 간 언제든지 행사 가능한 아메리칸 콜옵션으로 돼 있다. 행사 가격은 삼바의 출자액에 목표 투자 수익률(연 14%)을 가산한 금액으로 돼 있어 바이오젠이 행사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행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까지 금감원이나 국내 빅4 회계법인들은 당연히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봤다. 합작사 설립 당시부터 관계사로 했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느냐’는 논쟁의 다른 축이다.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전환할 경우 현금흐름할인접근법(DCF)에 따른 공정가치 평가 과정에서 순자산 가액이 부풀려지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2015년 말 에피스의 순자산장부가액은 약 2900억원인 반면 2015년 사업보고서의 DCF 금액은 약 4조8000억원이다.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미래가치를 반영한다고 해도 지나치다는 게 참여연대 등의 주장이다.

반면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한국과 유럽에 승인을 받음에 따라 그만한 매래 성장성의 평가가치가 있었다는 게 삼바 측 반박이다.

실제로 DCF에 대한 평가는 회계사들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늘 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게 회계사들의 설명이다.

 

해석 상 문제라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금감원은 지난 1일 삼바가 회계처리를 잘못했다는 잠정 감리결과를 발표했다. 삼바는 회계기준의 해석 차이라며 금감원의 분식회계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회계 전문가들도 IFRS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보다 유연하고 자의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반이라기 보다 해석의 문제라고 이해한다.

금융당국이 IFRS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삼바 사태 논쟁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의성이 높은 만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인데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18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IFRS가 도입된 지 8년이 됐는데 아직 기업들은 IFRS가 강조하는 원칙 중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회계 기준 적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준 해석의 모호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두가지 큰 쟁점 모두 회계기준의 해석 차이 때문에 빚어진 문제여서 어떤 결론이 나든 금감원이나 삼성이나 쉽게 납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분식회계로 결정되면 그 정도에 따라 삼바는 벌금, 거래정지, 상장폐지, 검찰조사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나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의 타당성 문제로 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 뻔하고 자칫 이재용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분식이 아니라면 금감원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된다. 섣부른 발표로 인한 주가 급락에 따른 배상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국가소송(ISD)을 제기했듯 삼바에 대한 감리결정 여하에 따라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도 크다.

결과에 따른 책임이 무거운 상황이다. 그래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IFRS 해석위원회(IC)에 판단을 맡길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2년 10월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인 영구채에 대해 금감원은 자본, 금융위는 부채로 분류해 해석이 엇갈린 적이 있다. 급기야 정부는 2013년 9월 IFRS IC의 판단에 따라 ‘자본’으로 결론을 냈듯이.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사 경영진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장외 압박에 나선 것은 잘못이다. 고발장에서 "삼바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감리위원을 처벌해 달라"며 감리위원들을 겁박하기도 했다. 어느 국회의원은 “분식으로 결론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자칫 IFRS의 법리적 해석 보다 정치적 판단에 기울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삼성그룹 지배구조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될 까 걱정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압박이 그런 우려를 낳게 한다.

julyn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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