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 불참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후 낮아지는 금융위 위상
[서울=뉴스핌] 조세훈 기자 = '최종구 패싱'이 심상치 않다는 목소리가 금융권과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소집한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불참했다.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기에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금융위는 내각 서열 막내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휘·총괄하는 경제 민주화 태스크포스(TF)의 구성원으로 밀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기식·윤석헌 등 실세 금융감독원장이 연달아 부임하면서 금융권을 통솔할 힘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6·13 지방선거 이후 이뤄질 개각에서 최 위원장이 교체될 거란 얘기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대강당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강연회 및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최 위원장은 '회계개혁의 의의와 성공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강연했다. 2018.05.18 [사진=이윤청 사진기자] |
문 대통령이 전날(29일) 주재한 가계소득동향점검회의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초대받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소득 정책은 금융위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이슈"라며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가계소득과 밀접한 가계부채 정책을 챙기는 금융위가 초대받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 위원장의 위상은 윤석헌 금감원장의 등장으로 축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원장은 지난해 금융판 적폐청산 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소위 현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사다. 반면 최 위원장은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각을 세웠던, 정통 관료 출신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은 외부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만 국무회의에선 금융위 관련 의제마저도 말을 아끼고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정부에서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상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종구 패싱론은 금융위 홀대론과도 맞닿아있다. 문 대통령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힌 분야가 바로 금융권이다. 이런 철학을 반영해 경제 관료들이 으레 맡아왔던 금감원장에 비관료 출신을 세 번 연속 발탁했다.
최 위원장은 위원장에 낙점되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취임 후에도 정부여당에서는 개혁성이 부족하다며 최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관료 출신이란 점에서 정부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금융권에선 현 정부의 빈곤한 금융 철학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정부 출범 이후 금융사 지배구조, 채용비리 수사 등 논란만 만들고 이렇다할 금융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 위원장을 흔들고, 교체설을 퍼뜨리는 건 다시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최근 포용적 금융, 생산적 금융을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다"며 "기술금융,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등으로 혁신기업 성장에 금융이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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