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상 판사, 28일 법원 내부전산망에 글 올려
"사법부가 스스로 존재의 근거 붕괴시키는 참담한 결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일부 재판에 개입하려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최기상(49·사법연수원 25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엄정한 조치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기상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법원 내부전산망 코트넷에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 판사는 "지난 금요일(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에는 좋은 재판을 향한 법관들의 학술활동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위 등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의 사실 마저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정치적 거래나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공정한 재판에 대한 기대와 사법권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사법부 스스로가 그 존재의 근거를 붕괴시키는 참담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그는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를 방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나아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로 직접 고통을 겪으신 분들, 그리고 사법부와 법관에 대해 신뢰를 보내주신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으로서 대법원장께 이번 조사결과 드러난 헌정 유린행위 관련자에 대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겠다"며 "법관대표회의도 법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해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관대표회의는 내달 11일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