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정상회담 한달 만에 5.26 정상회담 실시, 신뢰 확인 '성과'
북미정상회담 난관에 김 위원장 이틀 전 제안, 文 대통령 즉각 수용
비핵화 및 평화정착 위기 때마다 남북정상 직접 만날 수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4월 27일에 있었던 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실시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루지 못한 릴레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 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향후 비정기적으로 다수 실시될 가능성도 크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55년 만에 남북정상 손 잡은 6.15 남북정상회담, 평화 공존 합의
대립과 갈등을 유지하던 남북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마주잡은 때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분단 55년 만에 남북정상간 첫 만남으로 눈길을 끌었다.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고,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순안공항까지 직접 나와 전용기 앞 트랩에서 김 전 대통령을 맞았다.
남북 간 정상회담에서는 우선 그동안 남북한이 상대를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정의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했던 것과는 달리 양국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교류 협력을 통해 점진적·단계적인 통일을 실현해 나가는데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조선중앙통신] |
◆ 盧 정권 말기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 합의
김 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약속했던 후속 정상회담은 다음 정부의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걸어 넘는 모습은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노 대통령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 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민족을 갈라놓고 있는 장벽"이라며 "이번에 저는 대통령으로서 금단의 선을 넘어간다. 제가 다녀오면 또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될 것"이라고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 핵 문제가 터져나온 상황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긴장해소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남북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을 합의해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교류로 금단의 선이 무력화되길 바랐던 노 전 대통령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끝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조치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26일 판문점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환송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DJ·盧 정권 때 못했던 남북 릴레이 회동, 文 정권에서 현실화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때 이뤄지지 못했던 남북의 릴레이 회담은 문재인 정권 들어 이뤄졌다. 4월 27일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이 문재인 정권 초기 열리고, 남북 만의 회담이 아닌 향후 북미 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남북정상들의 상호 방문 회담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2차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지난달 26일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며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위기에 처하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남북 정상은 북미정상회담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인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설명했다.
특히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삼으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연기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정상 간 회동에서는 신뢰가 확인됐다.
정상회담 자체도 김 위원장이 지난 25일 예정에 없던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승낙한 것이었다. 이는 정상회담 관련 외교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향후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인 비핵화 및 한반도 체제안전보장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이같은 남북정상의 직접 논의구조가 정착되면 3차, 4차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질 수도 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