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강렬하고 짙은 카리스마의 배우 김강우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청정남 연기로 대중에게 성큼 다가갔다.
지난 19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의 주연 김강우를 지난 23일 뉴스핌이 만났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주말 황금시간대에 친숙한 얼굴로 시청자들과 만난 것은 오랜만이다. 그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캐릭터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오작두를 떠올렸다.
배우 김강우 [사진=킹엔터테인먼트] |
"주말극이고, 잔잔한 멜로라는 점이 좀 의외로 느껴지셨을 수도 있어요. 선택할 때 이 작품은 캐릭터 하나만 보고 결정했죠. 작두는 좀 희소성이 있고 단순히 멋있는 인물이 아니에요.좀 특별하게 한 쪽에서 살고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있지만 남들에게 따뜻하고 정말 좋은 사람이죠. 기존 멜로와는 다른 틀의 멜로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좋았어요."
김강우의 말처럼, 오작두는 산골에서 사는 자연인 같은 남자로, 무엇이든 꼬아서 볼 수 없는 순박한 성격을 지녔다. 작두가 살아가고, 남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그간 강렬한 느낌의 인물을 연기한 탓에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였던 김강우에게 어울릴지, 주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없지 않았다.
"작두가 좀 비현실적으로 보일까 걱정됐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에 비해 한승주는 굉장히 사실적이고 어디든 있음직한 캐릭터죠.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옷차림이나 말투 같은 것도 최대한 대본대로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산속에서 살던 인물이 도시로 왔을 때 느낌을 잘 살리려고 했죠. 구제 시장 가서 의상도 사고 예전에 입던 옷도 가져다 섞어서 입고요. 사투리 연습도 해서 연기에 좀 녹여냈어요."
배우 김강우 [사진=킹엔터테인먼트] |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데릴남편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등장한 것 외에, 특이점이 많지는 않았다. 으레 주말드라마라면 떠오르는 막장극도 아니었다. 오히려 산골 풍경이 가득한 힐링극에 가까웠다. 작두와 승주(유이)의 알콩달콩한 멜로가 어우러져 도시인들의 삭막한 마음을 달래줬다는 평가 속에 시청률이나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당연히 우리 드라마가 차별화된 부분이 있었죠. 자극적이지 않지만, 서로에게 위안받고 위로하는 그런 멜로가 잘 표현돼서 좋았어요. 작두와 승주는 좋은 영향을 주고 서로의 삶에 과하지 않게 와닿는데 그게 사실적인 애정관계라고 생각해요. 중간에 닭살 넘치는 부분도 있지만, 연애를 하면 사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원래 여배우들과 잘 말을 섞지 않는데 유이씨와는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둘이 애정신을 과하지 않게, 모나지 않게 귀엽게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거든요."
김강우의 말처럼, '데릴남편 오작두'는 일명 도시인들이 원하는 무공해 산골 라이프를 보여준 드라마의 첫 사례가 됐다. 이는 예능에서 먼저 시작된 방송가의 '귀촌'트렌드와도 방향이 비슷했다. 그는 직접 농촌체험을 해본 후 "농촌 생활이 너무 좋지만 나는 못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데릴남편 오작두'에 출연한 배우 김강우 [사진=킹엔터테인먼트] |
"다 좋아요. 본인이 주체가 되니까요. 삶이 더 소중해지고 노동의 가치를 매일 느끼며 살겠죠. 움직이지 않으면 굶어야 하니까요. 자신은 없어요. 그걸 다 아니까.(웃음) 몰랐을 땐 가볼 만 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그걸로 인해 얻는 게 있을 거고, 그 공간이 주는 힘이 있을 거예요. 요즘 시골을 배경으로 한 예능이 많은데 억지 설정이 없어 좋아보여요. 개별적인 특성이나 매력을 자연스럽게 자연과 어우러져서 보여줄 수 있으니까. 인간미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든지 하고 싶어요. 제가 도끼질은 아마 할 수 있을 거예요."
김강우는 데뷔 이후 15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해온 '다작 배우'에 속한다. 특히나 아주 독특하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배역을 많이 거쳐왔다. '오작두'로 친숙한 이미지를 얻었지만, 의도하지 않았으니 어디에도 머물 이유가 없어 보였다. 다만 아직까지도 그가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는 건 멜로 연기라고 했다.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보고 있는 건 있어요. 물론 들어온 게 많지는 않아요. 저는 멜로를 늘 하고 싶어요. 격정 멜로도 좋고 오글거리는 것도 좋아요. 후자를 이번에 했으니 격정멜로도 좋겠죠. 상황도 감정도 세게 휘몰아치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배우도 하나의 예술가잖아요. 화가는 그림 한 점을 갖고 평가받지 않아요. 여러 점의 그림을 보고 인생을 알게 되는 것처럼 배우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부터도 5년이나 10년 단위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돌아보려고 해요. 그래야 이 직업을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