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2곳에서 작년 6곳으로 줄어
자율선임보다 2~3배 비싼 감사 수수료 문제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당국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외부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하는 저축은행 숫자를 크게 늘렸다. 부실한 감사도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이었다는 진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4년새 지정감사를 받아야하는 저축은행 숫자가 1/8로 줄었다. 저축은행업계가 회계 투명성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 결과다.
24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2017회계연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 지정을 받은 저축은행은 6곳(공평·우리·대아·대원·머스트삼일·인천)이다. 79개 저축은행 중 8%다. 이는 지난 2014년에는 89곳 중 47%인 42곳이 지정감사를 받았던 것에 비해 큰 차이다.
지정감사제는 지난 1990년(외감법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에 도입됐다. 여기에 저축은행은 1998년부터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감사인 지정도 받고 있다.
저축은행의 감사인 지정건수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급증했다. 2011년(2010회계연도)에 105개 저축은행 중 13%(14곳)만 대상이었으나, 2012년 33%(98곳 중 32곳), 2013년 35%(93곳 중 33곳), 2014년 47%(89곳 중 42곳)로 늘었다.
2014년 정점을 찍은 후엔 지정감사제 대상 저축은행 수는 꾸준히 줄었다. 회계법인의 독립성이 자율선임 때보다 강화되는 데다, 감사도 더욱 세밀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가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저축은행은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부실률을 낮추기 위해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했다. 또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리테일, 기업대출 등 영업도 활성화했다. 당국에서는 저축은행 대상 회계감사 설명회와 같은 정보 제공을 늘리고 건전성 감독을 더욱 강화했다.
덕분에 부실사태 이후 저축은행 업계의 경영지표는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말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1%로 2011년보다 20.7%포인트나 떨어졌다. 자기자본비율은 14%대로 권고 기준인 7%(대형 8%)를 훌쩍 넘었다. 순이익도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정감사제 대상 저축은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가 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록 지금은 그 수가 줄었지만, 언제든 늘어날 소지는 있다. 모니터링을 지속해 앞으로도 저축은행 업계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정감사제 고비용 논란은 해묵은 쟁점거리로 꼽힌다. 회계법인을 자율 선임할 때보다 지정할 때 2~3배 가격이 비싸기 때문. 저축은행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에 비용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당국은 재지정 기회 부여, 복수감사제 도입 등을 통해 제도를 보완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