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포지션 40% 급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이 금값 하락에 적극 베팅하고 나섰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함께 달러화가 동반 상승 탄력을 받은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의 네 차례 긴축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골드바 <사진=한국거래소> |
22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 주 사이 투기거래자들이 금 선물에 대한 순매수 포지션을 40% 대폭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순매수 포지션은 투기거래자들의 금값 하락 베팅과 상승 베팅의 차이를 의미한다. 즉,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전체 포지션은 여전히 금값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하락 대비 상승에 베팅한 금액이 대폭 감소,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이와 별도로 투기거래자들의 금값 상승 포지션은 같은 기간 9.2% 감소한 10만7133계약으로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 흐름을 지속, 금 선물이 온스당 1300달러 아래로 밀린 가운데 나타난 것이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때 금과 원유를 포함해 달러화 표시 상품 가격은 일반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는다.
투기거래자들이 최근 금값 강세 포지션에서 발을 빼는 것은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 것으로 판단된다.
BB&T의 월터 헬위그 수석 부사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와 달러화가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며 “이는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금 현물 수요 역시 위축되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금 매입은 973톤으로 7% 줄어든 동시에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 부상과 터키 및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자산의 급락,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안전자산 매수 심리를 자극할 만한 요인들이 적지 않지만 금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시들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워싱턴 크로싱 어드바이저스의 차드 모건랜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달러화가 금값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