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확대 유럽의 일본화 의미
신흥국 상황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악화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해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 전개된 글로벌 주요국 경제의 동시적(synchronized) 성장이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부터 신흥국과 소위 프론티어 마켓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던 동시다발적인 성장이 꺾이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된 것.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페소화 가치를 확인하는 아르헨티나의 한 남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것은 독일이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 경제는 올해 1분기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연초 성장률이 전분기의 반토막으로 꺾인 셈.
유로존 전반의 경제 성장률 역시 1분기 0.4%로 잠정 집계, 앞서 3개 분기 연속 0.7% 성장한 데 비해 부진한 결과를 나타냈다.
독일 분트채와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30년래 최대치로 벌어진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독일을 필두로 유로존 주요국의 경제 지표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하고,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게 후퇴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독일의 벤치마크 금리 간극이 유럽의 일본화를 예고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성장률 저하와 고질적인 은행권의 부실 채권 문제, 여기에 인구 고령화까지 유럽에서 불거진 금리 압박 요인이 일본과 대동소이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로존 3위 경젝국인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전개되는 포퓰리즘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한편 프랑스 대통령 선거 이후 잠잠해졌던 반 EU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시켰다.
상황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내수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일본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0.6% 성장을 기록한 것.
일본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두드러졌던 성장 동력이 힘을 잃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신흥국 상황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줄에 의존해야 하는 아르헨티나와 정치권 파장에 홍역을 치르는 터키 및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이머징마켓 역시 날개가 꺾였다는 지적이다.
말레이시아의 1분기 성장률이 5.4%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후퇴했고, 러시아 역시 같은 기간 GDP가 1.3% 성장해 시장 기대치인 1.5%에 미달했다.
최근 하버드 대학의 카멘 레인하트 교수는 케임브리지에서 가진 신흥국 경제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보다 악화됐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치권 소용돌이에 터키 경제가 멍들고 있고, 칠레의 상품 가격은 성장 동력을 제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 중동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중국에 진 눈덩이 부채가 커다란 잠재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고, 신흥국 전반의 통화 및 주식시장 변동성이 자본 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 경제가 무역 마찰 속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부양책에 기대 상대적인 호조를 이루고 있고, 중국 역시 올해 6.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인도도 올해 1분기 7.7% 성장해 지난해 4분기 7.2%에서 약진한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동반 상승 기조를 보였던 주요국의 성장이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는 한편 국가간 온도 차이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라자드 자산운용의 데니스 사이먼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경제가 ‘비동시적인(asynchronous)’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는 국가를 중심으로 성장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