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수주 지양하고 4차산업 접목해야 한다는 국토부
정작 건설사 '효자' 사업은 산업부가 챙겨
해외인프라공사 신임 사장도 한전 출신 선임
[세종=뉴스핌] 서영욱 기자 = 해외건설 수주를 총지휘할 컨트롤타워가 모호하다.
국토교통부가 해외건설 산업 체질개선을 개선하겠다며 4차산업에 집중하는 사이 건설사들의 먹거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챙기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해외건설 수주를 종합지원하기 위해 새로 설립하는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의 신임 사장도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 임원출신이다. 소규모이긴해도 해외건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설립한 공공기관의 수장이 전력 플랜트 업무 밖에 하지 못한 한국전력 임원출신이 맡게 된 상황. 더욱이 해외건설 주도권을 산업부에 내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플랜트건설 현장 전경 <사진=뉴스핌 포토> |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해외건설정책이 사실상 공백에 빠진 상태다.
우선 국토부는 최근 해외건설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신임 사장으로 한국전력 출신 허경구씨를 선임했다.
허경구 신임사장을 선임한 배경은 우리나라가 수주하고 있는 대규모 해외사업 중 발전‧에너지분야 사업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건설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 290억달러(한화 약 31조3700억원)중 199억달러(약 21조5300억원)를 발전소, 화학공장과 같은 산업설비 분야에서 수주했다.
도로, 철도와 같은 전통적인 토목과 건축공사 부문에서는 51억달러(약 5조5100억원)를 수주했다.
허경구 신임사장은 한전에서 해외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주요 발주처인 해외 에너지공기업을 상대로 굵직한 사업을 따낸 경험을 갖추고 있다.
허 사장은 삼성물산에서 고문을 보낸 당시도 건설부문이 아닌 상사부문에서 프로젝트사업부 고문을 맡아 사실상 국토교통부는 물론 건설업계와도 큰 인연이 없다.
국토부는 해외인프라공사 수장으로 에너지‧플랜트 전문가를 선임하고 정작 4차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부는 대통령 순방 후 베트남에 교통인프라협력센터를 설치하고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첨단 공항, 스마트시티와 같은 첨단 교통, 스마트인프라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 사이 건설사가 수주에 목을 매는 에너지‧플랜트 분야는 산업부가 전면에 나서 지원하고 있는 상황.
지난 2일 아랍에미레이트(UAE)‧베트남 정상 순방 계기로 발굴된 주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제1차 민관협의회는 국토부도 참여했지만 산업부 주관으로 열렸다.
산업부는 지난달 'UAE·베트남 프로젝트 민관 전략회의' 회의를 열고 25개 사업을 집중 관리해 프로젝트를 따낸다는 세부 계획까지 세웠다.
산업부가 집중 관리하기로 한 UAE, 베트남 중점 프로젝트 <자료=산업부> |
정유사업이나 발전사업은 해외 공기업이 발주처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우리나라 공기업이 나서서 사업을 조율하고 수주까지 한다.
당연히 사업 수주를 위해 에너지 공기업 주관 부처인 산업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해외건설시장은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에는 힘든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띠고 있다. 해외인프라공사를 설립하는 이유도 해외수주를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토부의 해외건설정책은 적자수주를 지양하고 4차산업을 접목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정책에 매몰돼 있어 해외인프라공사가 제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에너지·플랜트 분야와 달리 도로, 철도와 같이 전통적인 토목공사 해외수주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국토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며 "4차산업과 같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성은 맞지만 실현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인프라공사를 국토부 산하로 설립하기로 하면서 국토부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 무역보험공사는 산업부, 산업은행은 금융위원회, 국제협력단은 외교부 산하로 힘있는 해외건설 지원기관은 모두 흩어져 있어 국토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