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리비아 모델, '체제 전복'에 초점
볼턴의 리비아 모델 北 비핵화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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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거론돼왔던 '리비아 모델' 개념을 두고 동상이몽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리비아 모델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북미 정상회담취소 카드를 꺼내 들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에 추구하는 방식은 리비아 방식이 아니라 "한국 모델"이라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와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의 진짜 의미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생각할 때 갖고 있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며 "리비아에서 우리는 그 나라를 전멸 (decimated)시켰고, 그 나라는 전멸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최근 여러 발언을 통해 리비아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토록 설득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과 결이 다른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정권 교체가 의제가 아니라는 점까지 명확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어떤 협상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의 나라에 있을 것"이며 "그의 나라를 통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을 보라며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 북한에 대해 사용하려는 모델은 "한국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가 겪은 운명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리비아 무아마르 가다피 정부는 지난 2003년 핵무기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봉기 당시 반군에 붙잡혀 결국 사망했다.
◆ 트럼프, '리비아 모델' 체제 전복 시사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에 대해 카다피의 전복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 비핵화, 후 보상 및 관계 정상화'를 주장하며 리비아 모델을 북한의 비핵화 방법론으로 제시한 볼턴 보좌관의 언급과는 맥락이 다른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공개적으로 리비아 모델이 북한의 정권 교체까지 포함한다는 뜻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해명은 가뜩이나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 언급으로 심기가 불편한 북한에 좋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북한은 이미 10년 전에 리비아 모델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은 리비아에 사용된 과정을 바탕으로 한 검증 절차를 북한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샘플 채취와 미(未)신고 시설 방문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반대했다.
이같은 전례와 볼턴 보좌관에 대한 북측의 적대감에 비춰보면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협박 이유가 설명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북한의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핵 개발의 진척 여부를 떠나 당시 리비아는 수년간의 정부 실정과 제재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상태였고 북한은 중국과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어 선택권이 리비아보다 많기 때문이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