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중도금 지급 완료되면 신임관계 형성돼 이중계약 못해”
5명 대법관은 반대 의견 “배임죄 성립요건 충족되지 않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대법원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다뤄야 한다고 본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 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오후 부동산을 이중매매한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특정경제범죄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B씨 등에게 상가를 매매하면서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받았지만 제3자인 C씨와 이중계약을 하고 등기까지 마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8명 대법관의 다수 의견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이 완료돼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게 되면 계약 당사자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형성된다”며 “그때 부동산을 이중으로 계약하면 배임죄가 성립하게 된다”고 판결한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다만 5명의 대법관(김창석, 김신, 조희대, 권순일, 박정화 대법관)은 “소유권이전의무나 대금지급의무 모두 매매 계약에 따른 각자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배임죄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 혐의와 다른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배임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A씨는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검찰은 2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결한 배임죄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나라 거래의 특수성과 거래관행, 매수인 보호의 필요성, 부동산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인 제도의 미비 등으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종래 판례의 타당성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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