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기관 투자자 1분기 애플 주식 1억5300만주 매도..2008년 이후 최대
소로스 테슬라 전환사채 대량 매입..주가 상승 겨냥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1분기 월가의 기관투자자들이 애플 주식을 10년래 최대 규모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애플 주식 추가 매입으로 3대 주주로 부상한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뚜렷한 엇박자를 낸 셈이다.
애플의 아이폰X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와 함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차량 폭발부터 유동성 문제까지 꼬리를 무는 악재에 시달리는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 베팅해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기관 투자자들이 지난 1분기 애플 주식을 1억5300만주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2008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또 최근 월가는 4개 분기 가운데 3개 분기에 걸쳐 애플 ‘팔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 주가가 연초 이후 10% 가량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월가의 투자 열기는 크게 꺾였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애플의 대표 상품인 아이폰의 판매가 국내외 시장에서 둔화되고 있다는 데 투자자들은 경계하는 모습이다.
월가 기관 투자자들의 1분기 행보는 버핏과 크게 대조된다. 버크셔는 지난 1분기 7500만주의 애플 주식을 추가 매입, 3대 주주로 부상했다.
가치 투자자로 정평난 버핏의 애플 매입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히는 애플이 첨단 IT 기업보다 소매 가전 업체의 색깔을 짙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소로스의 테슬라 주가 상승 베팅도 이날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CNBC에 따르면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1분기 테슬라의 전환사채를 3500만달러 규모로 사들였다.
전환사채는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 전환 기회를 제공하는 채권이다. 때문에 전환사채 매입은 발행 기업의 주가 상승을 겨냥한 투자 전략에 해당한다.
소로스의 테슬라 전환사채 투자는 전기차 폭발 사고와 실적 부진, 유동성 위기 우려 등 갖가지 악재가 불거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해 정크본드 발행으로 18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테슬라가 지속적인 설비 가동과 제품 생산을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투자자들의 비관론이 꼬리를 물면서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9% 하락했고, 뉴욕증시에서 전체 유통 주식 수 대비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에 랭크됐다.
영국 파운드화 하락 베팅이 적중하면서 영란은행을 위기에 빠뜨린 한편 세기의 투자자로 평가 받았던 소로스의 대규모 투자가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소로스는 지난해 4분기 전량 팔아치웠던 아마존 주식을 올해 1분기 5만1200주 재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과 넷플릭스 주식을 각각 2만800주와 14만8500주 사들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