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 2차 준비기일서 증거채택 동의
법조계 "빠른 재판진행·법리 공방서 승부보겠단 취지" 해석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뇌물수수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전날 검찰 측의 증거채택에 동의한 것을 두고 정면 승부 의지로 분석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재판 속도를 높이면서도, 치열한 법리공방을 노린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0일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법원에 제출된 각종 자료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한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압수물 등 자료와 관련해 "증거는 동의하나 이와는 별도로 압수 과정에 위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들 외에 검찰이 제출한 자료들을 이번 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데도 동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피영현 등의 변호인단이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법조계에선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이 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 측에서 제시한 증거를 채택하는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본다.
단적으로, 박 전 대통령 역시 1심에서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강요 등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이 제시한 자료 대부분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반대했다. 이에 재판부는 일일히 혐의와 관련된 인물들을 증인으로 법정에 불러야 했다. 채택된 증인만 100여 명이 훌쩍 넘었다.
때문에 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 측과 검찰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고 이같은 과정은 재판이 길어지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결국 박 전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이라는 화살이 돼 돌아왔다.
이 전 대통령 측도 이같은 선례를 분명히 검토했었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적용 혐의가 많은 상황에서 부수적인 것들을 다투느라 재판이 지연될 경우 시간을 끈다는 인상을 줘 여론을 악화시키고 박 전 대통령처럼 구속기간 연장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자료를 반박할 만한 또다른 증거자료를 제시해 법리 공방을 벌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 혐의 관련자들이 법정에 나와 이 전 대통령이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증거 채택에 연연하지 않고 이와 상관없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정면 돌파를 노린 재판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이 전 대통령 측은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에서 뇌물수수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등 검찰의 공소요지 대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추가적인 증거조사 등을 위해 오는 17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가진 뒤 23일 정식으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