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론 이후 판문점 부상...美서 반발 여론 거세
싱가포르, 이동거리·경호·언론 편의성 등 용이 '평가'
폼페이오 방북 '변수'...북미 정상, 상호방문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초 회담 장소로 거론됐던 판문점 보다 싱가포르가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남북정상회담 개최지인 판문점 내 '평화의집'과 '자유의집'을 직접 거론하며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띄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라고 말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오히려 싱가포르가 선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일정과 장소를 확정했다.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북미정상회담의 시기나 장소가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상 파기 선언을 하면서도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모두 결정됐다고 거듭 밝혔다.
싱가포르 항만에서 바라본 스카이 라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 美 여론 분위기는 싱가포르 유력, 경호·거리 이점에 언론 접근성 용이
北 외무성 대표단 지난달 싱가포르 방문, 정상회담 준비용?
미국 현지 언론은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으며, 시기는 6월 중순이 될 것이라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북미회담 장소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한 판문점과 싱가포르, 몽골 울란바토르나 스위스도 거론된 바 있지만, 싱가포르가 상당히 유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북미정상회담은 판문점 개최가 유력하다는 설이 많았지만, 미국 내에서 판문점에 대해 반발하는 여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평양이나 판문점을 선호하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싱가포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가 북한의 교역국 중 하나로 무역 상사와 선박 회사가 다수 진출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통치 자금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도 한때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6~7시간 거리로 김 위원장 전용기로 운항이 가능하고 치안이 좋다. 또 경호가 용이한 점도 가능성을 높인다. 국제회의 경험도 많아 언론 접근성도 용이하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1일 "최희철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외무성 대표단이 싱가포르를 방문하기 위해 3월 31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대표단들이 회담 장소를 점검하기 위한 방문일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브루킹스] |
◆ 조진구 경남대 교수 "싱가포르는 양쪽이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장소"
"폼페이오 방북,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초청했을 가능성도 배제 못해"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는 전혀 인연이 없다고 보지만 제3의 장소가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며 "판문점에서 하면 공이 한국 쪽으로 너무 쏠리기 때문으로 싱가포르는 북미 양쪽이 마음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두번째 방북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중재로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이 되거나 북미 정상 간 상호 방문도 논의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보면 미국이 극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려는 것 같다"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갈지는 모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2000년 조명록 차수의 미국 방문과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위한 것이었다. 한번 합의가 있었으니 완전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다만 이번에는 싱가포르에서 하고 다음에는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