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협정 탈퇴..대부분 동맹국 반대 입장
브렌트유,배럴당 77달러로 2014년이후 최고 기록
美 제재, 내년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할 듯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다고 발표한 여파로 국제유가가 9일 3% 이상 급등하며 3년 반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날 새벽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고 이란에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돕는다면 누구든지 상관없이 제재를 가하겠다고도 협박했다.
이로 인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하고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이 이미 타이트해진 시점에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심화됐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이날 일시 배럴당 77달러20센트까지 오르며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70달러를 상회하며 2014년 말 이후 최고치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원유 선물 가격은 미달러 기준으로 지난해 5월 말 거래가 개시된 후 최고치를 찍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트라이펙타의 수크리트 비자야카르 국장은 “이란의 아시아 및 유럽행 원유 수출은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분명 감소할 것이다. 일부 국가들이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대체제를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은 핵협정 체결 이후 국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2016년에 주요 석유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지난 4월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일일 260만 배럴(bpd)을 넘어섰다. 이란은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이어 3위 원유 수출국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선언 직후 성명을 통해 “미 재무부는 제재 품목에 따라 90일 또는 180일의 유예 기간을 줄 것”이라며 “이후 제재를 완전히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폐기를 선언한 직후 큰 폭으로 하락하던 유가는 간밤 낙폭을 일부 반납하기도 했다. 시장이 유예 기간에 초점을 맞추면서 경제 제재가 즉각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수급 균형이 공급량이 부족해지는 쪽으로 무너지고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부각되면서, 유가 상승에 대비하는 포지션이 늘어나 이날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대체 공급원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인해 이란산 원유 공급량이 적게는 20만bpd에서 많게는 100만bpd까지 줄어들 수 있으며, 제재가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19년부터 이에 따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의 일부 정유업체들은 이미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아쿠타 토모미치 미쓰비치UFJ리서치앤컨설팅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석유시장의 수급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이란 제재가 부활하면) 완전한 공급 부족 상태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올라 브렌트유가 90달러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이 새로운 포지션을 구축하고 정유업체들이 유가 상승에 대비해 헤징에 나서면서 주요 원유선물 계약 건수가 일제히 증가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산유국들과 협력해 공급 부족에 따른 여파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부터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감산을 주도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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