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오바마 전 행정부와 같은 결과 기대하기 어려워
강경 노선 취했다가는 오히려 미국이 고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한 가운데 주요 외신들은 다음 수순으로 경제 제재를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체결된 핵협정이 이란의 대량살상무기로부터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취지와 달리 이란에 우라늄 확보와 핵 프로그램 개발의 통로를 제공했다고 비판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과 흡사한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유 <사진=블룸버그> |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가 오바마 행정부 당시와 같은 결실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데 군사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결정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이날 CNN은 공식 발표가 이뤄진 만큼 경제 제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수 개월 사이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한편 관련 기업과 은행권에 이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 전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강경 노선이 가져올 궁극적인 득실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와 군사 전문가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오바마 정 행정부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이 이란의 원유 공급을 축소하는 데 공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 규모를 하루 30만~50만배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오바마 전 정부가 강행했던 하루 100만~150만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씨티그룹의 에드워드 모스 글로벌 상품 리서치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제재를 통해 이란을 압박할 경우 2012년 당시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그는 오바마 전 정부만큼 소위 ‘원유 외교’ 채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란을 장기적으로 고립시킬 만큼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오바마 전 정부는 이란이 위험한 핵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축소하도록 했다.
하지만 6년 전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월가의 판단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 규모는 2014년 하루 110만배럴에서 최근 250만배럴로 늘어났다. 지난 4월에는 수출 규모가 하루 276만7000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에 앞서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주요국들이 핵협정을 유지할 것을 강하게 설득한 만큼 제재에 대한 이들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이란 가운데 한 쪽을 택하라는 식의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란 제재와 관련, 강경한 노선을 취할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강도 제재를 취할 경우 오히려 미국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