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 규모 하루 276만7000배럴로 사상 최고치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란이 지난달 원유 수출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협정 시한을 앞두고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 이란 핵협정에 대한 최종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협정 파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한편 이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핵협정 파기 시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경고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진 =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이란 석유부는 지난 4월 원유 수출 규모가 하루 276만7000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210만4000배럴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오는 12일 핵협정 시한을 앞두고 이란은 원유 수출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5년 체결한 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을 열어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 유가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석유수출구기구(OPEC)의 감산이 지속된 데다 원유 시장 트레이더들이 미국의 핵협정 파기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을 점치고 상승 베팅에 적극 나선 결과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수 차례에 걸쳐 핵협정을 파기할 경우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경고했다.
유럽 주요국이 미국 달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자 이란 정부는 원유를 최대한 핵협정 파기와 경제 제재가 단행될 가능성에 적극 대비하고 나섰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싱가포르 소재 JTD 에너지 서비스의 존 드시르콜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지난 한 달 사이 원유 재고 물량을 최대한 팔아치우는 데 사활을 걸었다”며 “잠재적인 경제 제재 리스크와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에너지 자산을 현금화하는 데 공격적으로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카마르 에너지의 로빈 밀스 최고경영자 역시 “핵협정 시한을 앞두고 이란 정부가 원유 재고를 최대한 줄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 발표를 앞두고 워싱턴의 한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유럽 주요국들의 설득이 성과를 거둘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의 정책자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짐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핵협정 파기를 회피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제재 위협을 지속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웃돌며 거래를 마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에 대한 결론을 8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전자거래에서 상승폭을 축소했다.
이날 장 초반 WTI는 0.9% 내리며 배럴당 70.08달러에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