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명 대상 온라인 조사... 27.7% "성희롱 당했다"
응답자 대부분 "피해에도 모르는 척 하거나 꾹 참아"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선생님이 내 가슴에 물총을 쐈다.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다. 자신과 결혼하자고 했다. 그런데 저항하지 못했다. 대학 입시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문제아로 낙인찍을까봐 애써 참았다. 조금만 참으면 괜찮을 거라 외면했다".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정문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에서 용화여고 재학생 A씨는 이렇게 고백했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용화여고의 몇몇 졸업생은 재학 시절 당했던 '성폭력'을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은 "교내 성폭력은 노원구 내 몇몇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학교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투 포스트잇. 2018.05.03. sunjay@newspim.com |
실제로 이날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10명 중 3명 가량은 교사에게 성희롱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가 지난해 9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14명의 고등학생 중 27.7%가 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느낀 성희롱 유형은 '머리, 허벅지 등 신체를 만지는 행위', '복장을 지적하면서 지도 봉으로 신체 부위를 누르거나 찌르는 행위', '어깨나 팔, 다리 등을 안마하는 행위', '이성교제에 대한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 등의 농담을 하는 행위', '수업시간에 성적인 비유, 음담패설 등과 관련해 언급하는 행위' 등으로 다양했다.
성희롱을 당해도 참는 경우가 많았다. 성희롱 피해 학생 중 '모르는 척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답한 수는 37.9%에 달했다. '부당하거나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고 응답한 수는 19.8%였다. '그만하라'고 말한 경우는 5.1%에 불과했다.
성희롱을 당하고도 참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 학생의 26%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고 답했다. '진학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서'(21.9%), '학생들에게 알려질 수 있어서'(15.5%) 등이 뒤를 이었다.
성희롱 사실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피해 학생 중 50.8%만이 '주변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 외에는 '주의 깊게 듣지 않고 무시했다'(22.9%), '내가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19.6%), '주위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10.1%) 등의 반응이었다고 답했다.
미투 포스트잇. 2018.05.03. sunjay@newspim.com |
인권위 측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위계구조 하에서 학생들이 교사의 행위에 대해 대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게다가 학생이 성희롱 사안에 대응해 공론화가 되면 2차 피해, 2차 가해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해결방안으로 "성고충상담원의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사건처리 역량 강화, 비밀보장이 가능한 성희롱 피해 온라인 상담·신고센터 운영, 교직원의 인식 제고를 위한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