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재무성 전 사무차관의 성희롱 의혹을 기점으로 일본 언론들이 뒤늦게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3일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에서 채용 지원자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 문제를 보도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에 대해선 최근 인터넷을 통해 보도가 되고 있지만, 채용 지원자인 대학생들의 피해는 일본 내에서도 알려져있지 않은 상태다.
신문은 "최근 몇년 간 인턴십이 보급되면서 기업과 학생이 빠른 시기에 접점을 갖거나 채용담당자가 학생과 개별적으로 만나 선발하는 경우가 두드러진다"며 "사원과 학생이 일대일로 만나는 장소가 성희롱이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취업설명회 현장 모습[사진=일본 총무성] |
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 도 내에서 일하는 한 20대 여성은 몇년 전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던 대학교 3학년 때, 지망하는 광고회사의 남성 사원에게 '면접 훈련'을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당 여성은 회사설명회에서 남성 사원을 알아,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회에 대한 감상을 보내 알게 됐다. 식사를 하면서 회사 이야기를 듣거나, 업무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서 여성은 남성 사원의 제안을 따랐다.
하지만 남성이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호텔 객실이었다. 여성은 갑자기 자신을 껴안는 남성 사원을 뿌리치고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왔다.
이후 기업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릴까 생각했지만 증거도 없었던 데다, 같은 업계에 복수의 기업에 지원한 상태라 "고발했다가 취업활동에 불이익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단념했다. 여성은 "대학 측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상담을 하라'고 한다면, 학생들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른 20대 여성은 대학교 3학년 때 기업 인턴십에 참가했다가, 인턴십 담당자의 술자리에 불려가거나 키스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고발했다가 채용에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떤 시점에서 거부해야 할 지 알 수 없게 된다"고 털어놨다.
신문은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피해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도쿄 내 한 사립대학 취직지원 담당자는 "성희롱 상담은 1년에 1~2건 정도라 실제 어느정도 피해가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기업 채용이나 학생 취업활동과 관련해 커리어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우에다 아케미(上田晶美)씨는 "채용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사원과 학생이 개인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에다씨는 "일손부족인 상황이라고 해도 지망기업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라 기업이 학생보다 강자란 것은 변함없다"며 "기업이 학생과 만날 때의 규칙 등을 정해, 사원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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