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적합성·법익의 균형성 위반...직업선택자유 침해”
이진성 등 3명 반대의견 “부실 세무대리 방지 공익이 더 커”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지만 ‘세무사로서는’ 세무 업무를 볼 수 없게 막은 세무사·법인세·소득세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재의 판단이 나왔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헌법재판소는 26일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지만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 등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해달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도록 요구했다. 시한까지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그 다음 날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이번 심판 대상이 된 조항은 세무사법 제6조 1항·제20조 1항과 법인세법 제60조 9항 3호, 소득세법 제70조 6항 3호다.
2003년 12월 31일 개정된 세무사법은 종전과 같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했다. 하지만 시행일 기준으로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세무사등록부에 등록이 가능해 사실상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2018년 1월 1일 이후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지 않도록 개정됐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들의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부실 세무대리 방지 등 입법목적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 “적정한 업무 수행을 위해 세법 및 헌법, 민법,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법률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적용능력이 필수적이다.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됨에도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받게 되는 불이익이 심판 대상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경미하다 보기 어렵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세무사의 세무사등록 규정이 사라지는 등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는 만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입법 개선이 있을 때까지 잠정 적용토록 했다.
이진성 헌재소장과 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변호사로서 업무 수행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세무사의 세무대리 업무만 수행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부실 세무대리 방지 및 납세자에 대한 적정 서비스 제공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A씨가 2008년 10월 세무대리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갱신 번려처분을 받고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심판 대상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서울고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심판은 제기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