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13.4% 증가...운전자금 대출해 부동산 투자
자영업자대출 사후점검 1억원 이상으로 강화 검토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올해 1분기 시중은행의 자영업자대출(소호대출) 증가율이 전체 대출 증가율을 앞질렀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자 자영업자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에 금융당국은 1억원이 넘는 자영업자대출도 사후점검에 나서는 등 규제 고삐를 조일 방침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78조907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어난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38조8610억원으로 4대은행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지만 증가율은 16.8%로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13.3%), 국민은행(12.8%), 신한은행(10.4%)이 뒤를 이었다.
이는 전체 원화대출과 가계대출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이다. 4대은행의 1분기 원화대출 잔액은 852조3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438조2902억원으로 5.8% 증가했다.
자영업자대출이 포함된 중소기업대출 증가율도 앞질렀다.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 1분기 295조870억원에서 올 1분기 324조9430억원으로 10.1% 늘었다. 그러나 여기서 자영업자대출을 제외하면 법인대출 증가율은 6.3%에 그쳤다. 자영업자대출이 중소기업대출 증가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18%에서 올해 1분기 0.2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0.29%에서 0.33%로, 우리은행은 0.18%에서 0.23%로 올랐다.
금융권에선 가계대출을 조이자 자영업자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와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으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자영업자대출로 우회 대출을 받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영업자대출 중에서도 사업 운전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부동산임대업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대출 중 부동산임대업 비중은 38.1%로 전년 대비 2.5%p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은행권에서 자영업자대출 영업을 확대한 것에 더해 은퇴자의 노후 대비 등으로 임대업 대출 수요가 늘면서 이 같은 편중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선 자영업자대출 증가를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제1차 부원장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자영업자대출 증가와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자영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 기준을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출금액이 2억원 미만일 경우 대출에 대한 사후점검을 생략하지만, 이를 1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은행연합회와 논의하고 있다. 은행은 자영업자대출시 용도를 확인하고 일정 금액 이상이면 현장방문 등 사후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사후점검에서 용도와 무관하게 자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후점검 금액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검토 중"이라며 "정상적인 대출은 원활히 지원하되, 규제 회피적 대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향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