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매각, 삼성전자 자사주 등 가능성 적어
"보험업계 개정으로 누가 이익보나...금융수장 발언으론 부적절"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정부가 삼성생명에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줄이라고 압박하면서 매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매각해야 하는 규모가 크고, 여러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매각 과정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과연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누구에게 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소유 문제의 경우 소액주주 등 다수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식시장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관련 법률이 개정될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동안 국회의 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삼성생명의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근거한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해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그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다만 현행법에는 해당 지분에 대해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한도는 감독규정상 총자산의 3%인 약 8조5000억원대다. 삼성전자 주식의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대)로 계산하면 특별계정을 제외한 현재 보유분(약1062만주)은 약 5629억원대다.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개정안에는 보험사도 계열사 주식을 평가할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중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시가로 따지면 28조원을 넘는다. 법이 개정되면 약 20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최 위원장은 법 개정 전이라도 이를 처분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문제는 20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누구에게 파느냐다. 장내에서 파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주가에 큰 악재가 되고, 경영권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해당 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일 가능성도 적다. 삼성전자가 현재 추구하는 '주주가치 제고'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늘리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계열사 보유 지분을 삼성전자의 잉여금으로 사들이는 것은 주주가치 제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결국 총수 일가가 나서거나 우호적인 투자자들을 찾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지만, 이 역시 매각해야 하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시간을 길게 두고 해결한다면 낫지만, 현재 정부의 스탠스 등을 보면 단기에 정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매각을 종용하는 것에서도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의 처분 규모 및 분할 매각의 기간 등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배당 계약자 배당문제, 공시기준이율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문제 등이 동반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법을 개정해서 누가 이익을 보는지 모르겠다"며 "게다가 아직 법안이 국회에 발의만 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마치 통과될 것처럼 가정해 기업에게 '미리 개정될 법의 기준에 맞춰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