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세부 사항 논의..실제 성과는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현직 중앙정보국장의 북한 최고 수장과 만남이 화제다.
사실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에도 그는 당시 국가정보국장이었던 제임스 클래퍼와 함께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평양 땅을 밟았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만난 데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이 이뤄진 점에서 무게감이 전혀 다르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장을 극비리에 북한에 보낸 것은 그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지목한 데 이어 또 한 차례 강한 신뢰를 내비친 동시에 김 위원장과 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1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 결과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김 위원장과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됐다”며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가 다져졌다”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의 20년래 최고위급 회동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폼페이오 국장의 방북 목적을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을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한편 두 정상의 회동이 매끄럽게 이뤄지기 위한 사전 포석을 두기 위한 것.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알맹이라는 것이 주요 외신들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이오 국장의 지난주 방북 사실을 공개한 트위터에서 “비핵화는 전세계에 훌륭한 것이지만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밝혀 이를 확인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방북을 통해 폼페이오 국장은 어떤 결과물을 가지고 왔을까. 그는 평양에 다녀온 후 가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증언에서 이 부분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방북 사실에 대해 함구한 채 그는 “트럼프 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적절한 여건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미국과 전세계가 간절히 바라는 외교적 결실을 성취할 수 있는 대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장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대단한 ‘매파’로 통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는 다소 의아한 발언이었다.
의회 증언을 통해 방북 성과에 대한 폼페이오 국장이 스스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해석과 함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과 달리 억류 미국인을 풀어내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것.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애덤 마운트 연구원은 CNN과 인터뷰에서 “국무장관 지명자가 평양에 갔다가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시키지 못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백악관 측이 북한 억류 미국인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쟁점으로 언급한 사실은 이 같은 의견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이에 대해 CNN은 우호적인 관계가 조성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실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어떤 진전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정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풀이했다.
국제 사회 역시 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움직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개 정상회담 후보 지역을 거론하며 낙관적인 표정을 짓는 데 반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은 공동 성명을 내고 최고 수위의 대북 경제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