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18일 오전(한국시간 18일 밤) 골프 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2월 방미 때와,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때도 함께 골프를 쳐 이번이 세 번째 골프 회담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연이은 사학 스캔들로 아베 내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의식해 골프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양국 정상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우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골프 회담에 대해 “미국과 일본 사이에는 골프 외교의 역사가 있다”고 전했다. 골프 외교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기억되는 것이 1957년 당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와 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의 골프다.
전후 처음으로 가진 미일 정상의 골프로 양 정상의 관계는 급격히 가까워졌고, 친밀한 인간관계가 1960년 미일안보조약의 개정으로 이어졌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기시 총리에게 “대통령이 되면 싫은 사람과도 함께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만, 골프는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 총리는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이다. 아베 총리는 외할아버지의 수법을 따라하듯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외교를 거듭해 왔다. 신문은 “각 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발군의 수완을 보이고 있다”며 “골프 외교의 효과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중 골프 회동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진=일본내각부] |
“두 번째 골프는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칠 수 없다. 반세기에 걸친 미일 동맹의 역사에서 정상끼리 이렇게 농밀하고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1년간은 없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을 끝낸 후 만찬 자리에서 이렇게 인사를 하며 친밀함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 첫날 아베 총리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약속한 데다, 핵·미사일 문제도 포함해 “일본에게 최선이 되도록 베스트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상 문제가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2일째 정상회담은 다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무역 적자에 불만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게 강하게 무역 적자 해소를 요구할 수 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교섭을 둘러싸고 견해 차이를 노정할 수도 있다.
과연 이번에도 일본의 골프 외교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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